지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
갈박, 갈색 박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를 믿고 주문한 바로 그 택배.
어제와 내일은 모르겠지만,
일단 오늘의 나는 그것으로 행복하다.
이게 참 뭐라고. 비싼 것을 사지 않더라도,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서 그저 나를 조용히 기다려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얼마 전에 나온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 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은 뇌에서 고통을 느끼는 영역을 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아무리 자의로 주는 돈이라 해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신용카드는 내 지갑에서 나와 잠깐 상대방에게 건너가지만 곧 되돌아온다. 현금은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 조삼모사가 분명하지만 꾸준히 진화 중인 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말기로 하자.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은 심지어 신용카드를 건네지도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페이는 잔인하리만큼 편리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그냥 어느 사이트에 로그인하듯 주문이 완료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박스 뜯는 즐거움을 내일 또 누려보고자 오늘 다시 온라인 주문을 한다.
덧 1.
우리 집은 따로 장보는 경우가 많지 않고, 주로 SSG 배송을 이용한다. (마켓컬리 새벽배송은 아직 써본 적이 없다)
덧 2.
내가 사는 물건은 그리 대단하거나 비싼 물건이 아니다. 책 한 두권(방금 <책갈피의 기분>과 <아무튼, 술>을 주문했다), 필기용품(최근에는 라미 사파리 2019 에디션 만년필과 유성매직 24색 세트를 샀다), 생활용품(휴대폰 케이스, 양말 등)과 같은 소소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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