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 대한 부담 날려버리기
스스로 독서가라고 칭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독서가는 책을 매우 많이 읽는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 국민 독서량이 박살 나는 바람에 책을 많이 읽는 수준에 속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회사 안에서도 이미지가 책 읽는 사람으로 살짝 굳혀졌는데 굳이 부정하지 않고 은근히(?) 그 이미지를 즐기고 있다.
책 관련 콘텐츠를 보다 보면 독서가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책이 파묻혀 자랐거나, 책이 가장 친한 친구인 경우가 많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과 가깝지 않았고, 텍스트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만화책조차 잘 읽지 않았던 사람이다. 텍스트 보다 수식을 편하게 여겨 이과와 공대를 갔고, 사실 책과 친해진 건 한참 어른이 되고 나서다.
늦게나마 책과 친해진 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서가 매우 고상한 취미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책을 재미로 읽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처음 접할 때는 소설에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이 따로 있는 줄도 몰랐다. 보통 '소설집'이라고 쓰여있는 책들은 단편 소설을 여러 편 모은 것이고, 그 소설집에 속한 여러 단편 중 한 편을 표제작으로 해 소설집의 제목으로 사용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책을 사서 보다가 여러 다른 이야기들이 잔뜩 있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단편 소설 여러 개가 실려 있더라도 그 이야기들이 다 이어지는 이야기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어지는 단편을 여러 개 모은 연작소설이라는 것도 있다)
오늘도 일요일을 맞아 잠시 짬을 내어 책을 꺼내 들었다. 여러 단편이 실린 소설집인데 단편 한 편 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싶어 시간을 재어 봤더니 11분 정도가 걸렸다. 단편 소설도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짧으면 10분, 길면 20분 정도 걸릴 텐데 잠시 짬 내어 이렇게 읽는 것을 그리 대단히 여길 일인가 싶다. (사람마다 텍스트 읽는 속도가 다를 텐데, 나는 처음에 머릿속으로 소리 내어 읽지 않으면 텍스트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읽는 속도가 매우 느렸는데 자꾸 책을 읽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눈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읽다 보니 읽는 속도도 점점 빨라진 것 같다)
독서를 뭔가 대단한 일처럼 취급할 것도 아니고, 어렵게 생각할 것도 아니며, 그냥 짬 내서 잠시 다른 세계로 훌쩍 다녀오는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요즘같이 숏폼에 익숙해진 세상에 온전히 10분~15분 집중한다는 건 어쩌면 정말 힘든 일인 걸까?)
가벼운 에세이는 한 권을 다 읽는데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족하다. 주말 같을 때 30분씩 3번 시간을 내면 책 한 권을 뚝딱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독서를 너무 멀게 느끼지 않고 가볍고 편한 취미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길 바라며...!
(참고)
지난해 국민 독서량 '뚝'…2년 전보다 성인 3권·학생 6.6권↓
* 성인 평균 종합 독서량은 4.5권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자료 기준)
사진: Unsplash의 Aron Visu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