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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Sep 09. 2023

물은 100도에서 끓고, 만루여도 득점은 없을 수 있다

어쨌든 그곳을 향해 1cm 라도 움직이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고 한다. (여러 요소들에 대한 변수가 있지만 일단 순수한 물을 1 기압에서 끓였다고 치자) 보통 어떤 노력이 특정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하고 70도나 80도까지만 닿아서는 점프업(물에서는 액체에서 기체로의 상변이)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요즘 야구를 즐겨보고 있다. 공격할 때 무사든 2 OUT이든 만루 상황이 되면 득점할 것 같은 기대에 벅차오르고, 수비할 때도 마찬가지로 만루 상황이 되면 실점할 것 같은 위기감에 조마조마 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사 만루라고 해서 자주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자 한 명씩 한 명씩 열심히 볼넷이든 안타든 출루하고 진루해서 루를 채웠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타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점수가 나지 않는 것이다.


어떠한 과정이 있더라도 결국 어떤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에디슨의 명언인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의 의미가 99퍼센트의 땀이 아닌 1퍼센트의 영감에 있었던 것처럼(아무리 노력해도 1퍼센트의 영감 없이는 천재가 될 수 없다는 뜻) 물의 온도에 관한 비유도 바꿔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70도와 80도까지 가지 않으면 100도도 없는 것이다. 일단 끓고 싶다면 계속 열을 가해서 끓여야 한다. 80도가 되면 1도에서 100도까지 가는 것보다 힘을 덜 들이고도 100도까지 갈 수 있게 된다. 80도까지 올라온 노력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란 것이다.


30일간 매일 쓰기 챌린지를 했고, 오늘은 그 마지막 30번째 글을 쓰는 날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침대로 뛰어들고 싶은 순간을 참아내며 하루하루 어떻게든 글을 썼다.


지금까지 매일 쓴 글이 나에게 70도까지 끓인 것인지 3도까지 끓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쓰고 싶은 자아를 향해 1cm 라도 움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려면 글을 많이 읽게 된다.

쓰면서 괴롭지만 행복했고, 부끄러우면서도 뿌듯했다.

앞으로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 UnsplashSergio Camal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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