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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구너 Nov 29. 2021

2. 막스웰

Never Ending Story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된다는 유명한 노래가 있는데요. 서로 그리워했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바늘과 실처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사이가 축구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막스웰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죠. 브라질 출신의 막스웰과 스웨덴이 조국이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1981년생의 동갑내기로 무려 네 번이나 같은 소속팀에 몸담은 특별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햇수로만 10년을 넘게 한솥밥을 먹었으니 둘의 우정은 돈독하기 그지없고요.


 인연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점에는 아약스가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프로에 데뷔한 막스웰은 1년 만에 유럽 진출에 성공하는데요. 당시만 하더라도 프리미어리그나 세리에로 진출하기 전에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던 네덜란드가 행선지였죠. 리그 내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아약스에 합류한 막스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가 생깁니다. 입단 시기까지 비슷했던 즐라탄이 합류했거든요.


 처음부터 서로를 알아보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약관의 청년들답게 어색한 인사만 나눌 뿐이었죠. 즐라탄이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집을 구하기 전까지 지낼 공간이 필요했는데요. 그보다 일찍 아약스에 합류한 막스웰은 이미 집을 구한 상태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했던 이브라히모비치가 잠시 신세를 지며 둘의 우정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죠. 새로운 나라와 팀에 대해 적응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있었거든요.


 첫 시즌부터 우승을 차지한 둘은 순조롭게 네덜란드 무대에 안착합니다. 주전으로서 서서히 존재감도 펼쳤죠. 별미는 2003-04시즌이었는데요. 막스웰은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었고, 즐라탄 역시 팀의 공격을 이끌며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합니다. 리그 우승은 다시금 아약스의 차지였으며 막스웰은 최우수선수로 뽑히는 영광까지 더했죠. 자연스럽게 둘을 향한 빅클럽들의 관심은 나날이 증가했고요.


 먼저 아약스를 떠난 선수는 이브라히모비치였습니다. 실력과는 별개로 잡음이 있었거든요. 당시 최고의 리그였던 이탈리아에서 제의가 들어왔고, 유벤투스로의 이적이 성사됩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네덜란드에 남았던 막스웰도 2년 후에 같은 리그인 인테르로 이적하고요. 서로의 포지션이 수비와 공격인지라 언제 만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는데 바로 유벤투스의 칼초폴리였습니다. 축구 게이트 내지는 축구 스캔들 뉘앙스인 이 사건으로 유벤투스는 2부 리그로 강등됐죠. 소속팀 내에서는 잔류하는 부류와 이적을 추진하는 선수들로 나뉘었고, 즐라탄의 경우 후자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충분한 잠재력을 선보인 그에게 접근하는 클럽이 많았거든요. 막스웰의 소속팀 인테르도 하나였는데 라이벌 AC 밀란이 먼저 협상을 진행했으나 실패하며 막스웰과 두 번째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인테르 이적 역시 서로에게 성공적이었습니다. 3년 동안 만치니와 무리뉴의 지휘 아래 리그 3연패에 일조했죠. 확실하게 주전으로 발돋움한 이브라히모비치와는 달리 막스웰은 선발과 후보를 오갔는데요. 점차 경쟁 끝에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인테르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9년 즐라탄은 득점왕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고요.


 당시 6관왕을 달성하며 기세가 등등했던 바르셀로나가 막스웰에게 접근합니다. 아비달이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있었으나 적절한 경쟁자가 필요했거든요. 떠나는 친구에게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의 신발을 주면서 곧 보자고 했죠.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브라히모비치까지 바르셀로나에 합류합니다. 에투가 포함된 엄청난 규모의 거래였죠. 둘은 헤어지자마자 다시 세 번째로 같은 유니폼을 입었고요.


 다만 바르셀로나에서의 동행은 짧게 그쳤습니다. 막스웰은 간간이 주어지는 기회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초반에만 번뜩이다 말았거든요. 점차 언론도 그를 헐뜯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감독이었던 펩과도 사이가 틀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는데요. 1년 만에 도망치듯 좋은 기억이 있던 이탈리아로 임대를 떠납니다. 그렇게 즐라탄이 AC 밀란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각자의 길을 걷죠.


 아약스에서 3년, 인테르에서도 3년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의 1년까지 총 7년을 함께 했는데요. 2012년 겨울 막스웰이 먼저 바르셀로나를 탈출합니다. 아비달의 부상 속에서도 완벽한 주전이 아니었던 탓이죠. 당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럽을 제패하려는 파리 생제르망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6개월 후에는 이브라히모비치를 노렸는데 막스웰이 구단의 야심 찬 프로젝트를 설명해 이적이 한결 수월하게 성사된 일화는 유명하고요.


 둘은 가장 오랜 시간을 파리에서 함께 보냅니다. 어느덧 노장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어떤 클럽에서보다 존재감도 컸고요. 막스웰은 30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 브라질 국가대표팀에 데뷔하는 영광도 누렸죠. 즐라탄 역시 이에 질세라 입단 시즌부터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합니다. 둘이 함께 뛰는 동안 리그에서도 네 차례나 정상에 올랐고요. 2016-17시즌을 앞두고 즐라탄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며 선수로서의 동행은 막을 내리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실로 범상치 않은 사이임에는 분명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함께 뛰어도 막역한 사이가 된다는 보장은 없는데요. 적어도 둘은 달랐습니다. 찰떡과도 같은 궁합을 자랑했죠. 막스웰은 훗날 인터뷰에서 서로 존중하며 공감했기에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짓궂은 장난도 스스럼없이 치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항상 깔려있었거든요. 즐라탄은 자신과 뛰었던 최고의 11명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고민도 없이 막스웰을 꼽았습니다. 막스웰 역시 그를 향해 평생의 친구라며 이미 자녀들까지도 친해졌다고 화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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