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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트라우마

상담선생님이 나를 포기했다.

by 바다바람

상담으로 호전을 경험했다. 내가 무의식중에 아직도 사건이야기를 피하고, 그와 관련한 경험을 지우는 해리현상까지 나타난다는게 주요한 상담 내용이었고. 그 기억을 마주 하는걸 중점으러 상담을 진행했다. 아니 했었다. 상담선생님과 함께 울기도 하고, 마음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사실 그건 마음을 연게 아니었다. 사건에 대한 직시도 아니었다. 그저 나는 마음 편하게 내 힘듦을 토로하고 싶은것이었고, 마침 상담선생님이 말해보라 종용해서 입밖으로 뱉은것이다. 그것은 마음을 열었다는것보단 이야기보따리에 한 줌 덜어 보여준거라 하는게 맞겠다.


상담선생님이 나를 포기한데에는 이유가 있다. 학업이 바빴고, 일이 바빴다. 아직까지 비정기 적으로 기운도 없어 직장생활이 버거우니, 대학원에 가서 하고싶었던 공부를 더 할까. 하는 생각에 원서를 넣었다. 한 군데를 붙었는데, 바로 붙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어찌어찌 대학원생이됐다. 학업에 집중하는것. 파트타임 일늘 하는것. 그리고 그 보상심리로 바다를 보러 해외로 불쑥 떠나는 것. 그런 날을 보냈다.


밤을 새워 공부하고, 시간이 되면 일하고, 열정적으로 여행다니고. 또 자격증 딴다고 몇달 내내 고생만 하다 연말이됐다. 그렇게 상담일정은 미뤄지고, 미뤄지고, 미뤄지다가 결국 선생님이 포기했다. 더 이상 상담진행이 어려울것 같다, 유선상으로 말을 해서 미안하다 라는 문자가 왔다. 심장이 쿵했다.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않은 마음 조금,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 좀 많이, 그리고 상담조차도 제대로 못받는 나에게 자책감 아주 많이.


이제 이 주제에 대해 입에서 나오는 일은 없을거다. 난 더 이상 입을 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은. 그럼 없어진 일이 될수 있을까? 누구에 기억에도 사라진다면 나의 답답합과 아직까지도 어려운 일상생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 보호기제 작용해 가 모든걸 잊게 해버린다면. 어 나 왜 이러지? 그냥 몸이 안좋나보다로 끝날 수 있을까.


어떻게해야 나을 수 있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아지고있어만 몇 천번째고 괜찮나라는 말은 그 제곱이고,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 제곱의 제곱이고. 이해되지 못하는건 밉지만, 오해하는 것도 싫지만 오해하게 두고 입을 닫는게 최선임을 알기에. 오해받으며 살아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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