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중 우울함이 이 파란색과 같다. 열렬히 다 태워버린 뒤에 남은 건 파란색의 잿더미. 그 잿더미는 바람에 날려 온몸을 감는다.
눌러붙은 재를 떨어뜨리긴 어렵다. 그저 검은색이 되도록 딱 붙어서 내게 붙어있다.
요즘은 그냥 검은 상태에서 지낸다. 검은 사람이된걸까? 원래 내 모습이 검은 사람인지, 아니었는지도 분간이 되지않는다. 확실한건 난 검은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에 적응 해버렸다는 거다. 다른 색을 가져와 연기할 수도 있고, 이제 그 굳어버린 검은 잿더미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 씻을 수 있는건 아니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뿐이다.
내가 검은 인간인걸 종종 까먹는다. 난 왜 이렇게 뒤쳐질까. 왜 잠을 못잘까. 왜 눈물이나지. 왜 아플까. 그런 의문끝에 아! 난 검은인간이었지. 그 깨달음은 모든 의심을 거둔다.
지긋지긋할지도 모르겠다. 좀 다 떨쳐내고싶다. 이 검은 것들을 모두 털어내고 가뿐히 살아가고싶다. 이런 생각은 잿더미를 더 많이 만든다. 체념한채 살아가야지. 뭐 어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