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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바람 Dec 20. 2023

뇌가 녹는 느낌

어찌어찌 되겠지

 졸피뎀을 넘어 졸민에 의존한 지 꽤나 지났다. 그 파란 약 한 알이 뭐라고, 그게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한다. 그러다 며칠 전 몸이 이상했다. 불안감이 갑자기 맥스로 올라가질 않나(심박이 릴랙스를 해도 120을 넘어섰다.) 잠을 이틀 연달아 자지 못하질 않나.

자고 싶어서 금주도 깨고 소맥 5잔을 막 마셨는데도 잠이 하나도 안 왔다. 48시간 이상 기상을 해있으니 반쯤 사람이 돌아있는 느낌이었다. 낄낄 대며 웃지만 사실 속은 뒤집어져있고, 잠을 못 자요라고 말하면. 네가 일을 안 해서 그래. 운동을 안 해서 그래하는 나도 모르는 이유들이 덧붙여지니 그런 것들도 견디기 참 힘들었지.


결국 이틀밤을 내리 새고, 새벽 5시 기차를 타고 서울에 병원을 향했다. 너무 자고 싶다고 말을 했다. 약 조합을 싹 다 바꾸고 링거와 엉덩이주사 약한 알을 먹고 진료가 끝나는 시간까지 병원에서 잠들어있었다.


  바로 광주로 내려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 숙소를 잡고 거기서 한숨을 푹잤다. 꿈속에서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쾅쾅하는 거센소리가 들리기도 잠시, 쾅! 하고 문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경찰이었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경찰이에요.

나는 어리둥절해서 눈을 힘겹게 떴다. 하나 바뀐 약은 내게 익숙하지 않았고 너무나도 셌다.

- 네? 경찰이 왜 여기 있죠?

- 선생님 뭐 드셨어요.

- 저 수면제요. 아 약을 바꿨더니 잠이 안 깨네요.

그러고 다시 잠이 들었다. 희미한 시선 밖에는 경찰분이 약봉지를 들고 이걸 드셨구나. 하며 문을 닫았다.

- 선생님 일어나셔야 돼요.

라는 희미해지는 말을 남긴 채 말이다.


그리고 얼마 뒤 호텔 주인아저씨가 찾아왔다. 추가 대실을 할 거냐는 것이었고, 자살 사건인 줄 알고 소방대원이랑 경찰이 다 출동했다는 것이었다.


 대충 수면제를 먹는데 바꾼 약을 적응 중이라 말했다. 참 여러 사건사고가 많은 삶이다. 또 야 경찰이 깨워준 썰 품 하다가 아빠가 자랑이다 자랑이야 하는 욕 아닌 욕을 먹기도 했지만. 이런 경험을 또 언제 해보겠어. 참 일생에 겪기 힘든 일을 많이 겪는 요즘이다.


 바꾼 약은 내성이 없는 것인지 14시간을 내리 자고, 정상적인 사고가 안된다.  이 새벽녘에 글을 쓰는 탓은 그 약기운이 조금 떨어져 무언가 할 의욕이 조금이나마 생겼기에다.


 약이 세면 잠만 자고, 약이 약하면 잠을 못 자고 참 그 간극에서 중간점을 찾는 게 참 힘들다.

내 생일이 얼마 안 남았다. 내 생일은 하필 2심의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내게 생일 선물이 될지, 생일을 망치는 길일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지만. 아 몰라 어찌어찌 되겠지. 이모티콘 작가 왈님의 그 대충일 수 있는 그 말을 새기며 살고 있다.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떻게든 원하는 대로 풀려있는 내 삶이 꽤나 대견하기도 하고 재밌다. 약 때문에 걱정이 없다 싶기도 하면서도. 그냥 그렇다. 11월부터 거의 두 달간 아무 의욕 없이 살았다. 한 거라곤 프리 다이빙뿐

독서도, 운동도 글쓰기도 게을리했다. 이제 다시 멘털 잡아야지. 약이 뇌를 녹여버려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내버리자. 난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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