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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단한 인생. 내 다정한 인생

by 바다바람

만 25 대학원에 입학했다. 서른 살 전에는 대학원에 가야지. 첫 직장생활, 아니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막연하게 가진 생각이었다. 사건이 있기 전 디지털 마케터로 직장생활을 하며, 경영학 석사를 따고 싶었다. 팀장님과 상담한 결과 학위보간 실무 경험을 더 쌓기로 했다. 나의 대학원 일정은 미뤄졌다.


대학원은 가고 싶었던 마음만큼 그리 오래 준비하진 않았다. 교육대학원을 나와 박사를 마친 교수님이 석사를 교대원으로 가라고 하셨고, 그 설득에 수긍해 광주에 와서는 교육대학원을 들어가야지 생각했다. 작년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무기력에 매일 수영과 프리다이빙만 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에 대해 더 배우고 싶었고, 체육 전공을 더 공부해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연구하고 싶었다. 마음먹은 김에 교육대학원을 다 뒤져 공고를 찾았고 학교에 전화해서 입학에 관해 물어봤다. 불면증을 앓던 중이었기에 한편으론 대학원생이면 (강사로 활동하긴 하지만) 백수는 면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정신적 체력으로는 서류를 하나밖에 쓰지 못했다. 난 2학기 입학자인데 2학기 입학을 뽑는 학교가 그리 많지도 않았다. 타 지역으로 넘어가기엔 아직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도 하고.

수쌤은 프리다이빙 강사 선배로 내가 아픈 걸 알고 계신 분인데, "널 이해해 주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게 좋아."라고 말해줬다.

타지에 가면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 없는 증상들을 또다시 설명해야 하고, 그걸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니까. 그리고 거기서 혼자 이겨내고 벼텨야하니까. 그러니 내게 안전한 이곳에 있으라고. 그렇게 걱정을 했다.

운이 좋게 한 번에 붙었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공부가 재밌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접하는 것도 좋고, 전공을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나의 고향에서 살며,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자주 대화할 수 있는 게 좋다. 대학원 일정으로 풀타임일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상황이 감사하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고, 공부할 것도 많아진 지금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사건 이후로 인생의 방향은 완전 뒤 바뀌었고, 그 인생의 방향이 썩 마음에 든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땐 매일매일 이게 맞나. 내 깊이 맞을까 했는데. 지금은 누굴 가르치는 일고, 공부하는 것도. 일하는 장소도 좋다.

가끔씩 우울하고, 가끔 불안에 잠을 못 자지만. 이것들이 나를 살게 만든다.


내 고단한 인생, 내 다정한 인생.

이 양면덕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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