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보지 뭐’ 잠자는 시간을 놓치면 쉬이 잠들지 못하는 터라 무시하고 자려는데 또 울린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도 많다. 이 시간에 잠 안 자고 글을 올리다니.
잠시 후 또 ‘ 삑, 삑 ’ 거려 내일은 알림 소리를 꺼두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야 돼’라고 주문을 거는 순간 또 울린다. 휴대폰을 꺼두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확인이나 하자 싶어 보니 허걱! ‘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
순간 잠이 달아났다.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다음 메인에 노출된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 다음 홈&쿠킹 ’을 눌렀다. ‘ 이럴 수가, 이기 무슨 일이고? ’ 믿어지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40일 만이다. 브런치를 알게 된 것도 ‘ 다음 홈&쿠킹 ’을 통해서이다. 마음이 가는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선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 하고 기대했다. 근데 정말 왔다. 설렘이 폭발한다.
꼬박 이틀이 지난 후 내 글은 화면에서 내려졌다. 무려 조회 수 4만을 넘기고. 블로거나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등 다른 매체를 활용하지 않는 나는 그 숫자가 얼마만큼이나 되는지 짐작할 수 없다. 메인에 오른 다른 글들과도 비교할 수 없다.
조회 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불과 일주일 전에 안 브린이에다 기계치이다.
구독자 수가 3배나 늘었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더구나 이전에 글을 써 본 적조차 없는 내가 이런 일을 경험하니 신기하고 두렵다.
60이 가까운 나이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첫날은 어린애같이 들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둘째 날은 다른 이유로 오래 동안 잠들 수 없었다.
이틀 동안 구독자가 되신 분들은 거의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 그것이 내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분들은 나의 글 중 어떤 부분을 보고 앞으로를 기대하시는 걸까?
메인에 노출된 글은 ‘ 그깟 밥 한 끼가 뭐라고 ’라는 밥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이 글처럼 따뜻한 글을 원하는 걸까? 브런치에 발행한 12편의 글들을 굳이 나누자면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기, 그리고 생활 글이다. 지인을 제외하고 메인에 오르기 전 구독자가 되어 주신 작가님들은 주로 두 부류인 것 같다. 생활 글에 라이킷을 누르시지만 동물 이야기는 관심이 없거나 그 반대의 경우다. 새로 구독자가 되신 분들은 따뜻함을 보고 신청을 했으니 앞으로 이런 글을 써야 하나?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나? 이런저런 고민들이 너무 무거워 잠들 수가 없다.
월요일이 되었다. 내 마음은 잠들지 못한 지난밤을 고비로 정리가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가 우리 집 반려견 두강이와 길냥이 3마리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서였다. 그 글들을 쓰면서 차츰 내 안에 있던 나도 모르는 것들이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한다. 별생각 없이 순간순간을 살아오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몇 가지로 추려 보자면
먼저,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졌다. 평소에 무심하게 봐왔던 사물이나 풍경들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무와 불빛과 하늘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두 번째,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옛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까맣게 잊고 있던 빛바랜 추억 한 조각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그리운 사람들을 떠 올리게 된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잊은 게 아니었다.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글쓰기는 기억의 저장고속에 있던 무진장의 추억들을 차례대로 꺼내는 작업이었다.
세 번째, 다시 글을 읽기 시작했다.
퇴직 후 2년 동안 글이 보기 싫었다. 주구장창 교과서와 문제집만 들여다봤더니 나머지 글들도 읽기 싫어 책장에 꽂아 놓은 신간들이 구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다 보니 책에도 눈이 간다.
네 번째, 시간을 아껴 쓰게 되었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별다른 취미 활동을 하지도 않는 나는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나마 코로나의 여파와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고 반려견 두강이를 데려오고 난 후부터는 여행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시간이 남아돌았다. 느긋하게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한다. 커피까지 마시고 두강이와 놀아주다 보면 오전이 거의 다 갔다. 오후가 되면 ‘ 저녁 메뉴는 뭘로 하나 ’로 시작해서 그림 그리고, 음악 듣고 ‘ 잘 자 ’로 하루가 끝난다. 바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집안일이 밀린다. 청소가 뒷전이 되고, 잡초 뽑기는 내일로 미뤄진다. 그래서 시간을 아껴 쓰게 되었다.
다섯째, 남편과 대화가 많아졌다.
중년의 부부가 자녀 없이 사노라면 별다른 말이 필요 없다.
사실 하루 종일 열 마디 안에서 끝난다 해도 별 지장은 없다. 남편에게 글감에 대해 묻기도 하고 쓴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 전 첫 번 째 독자가 되어 달라고 내민다. 남편은
“ 내가 뭘 아나 ” 하면서도 고쳤으면 하는 부분을 잘도 집어준다.
글쓰기는 나를 변화시켰다.
40일 만에 단맛을 봐 버린 나는 좋았고, 신기했고 어깨가 무거웠다.
구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면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만큼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냥 소소한 내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전하고자 하는 본마음이 무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