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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Feb 09. 2023

첫 브런치 북 발행을 자축하며

이번 생은 두강이로


<이번 생은 두강이로>20화 연재를 끝내고 어젯밤 브런치북으로 묶어 발행했습니다. 세상에나 제게도 이런 날이 오는군요. 그까짓 것 뭐 대수라고 여기시겠지만 저에겐 꿈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축하 파티는 못할망정 수줍은 고백과 함께 몇 글자 적어 봅니다. 2022년 8월 8일. 브런치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딱 6개월이 되는 날이군요.     

 

직장 다닐 때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들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졸음을 깨기 위해 주로 고양이나 강아지 사진을 보며 힐링타임을 가졌지요. 그러다 우연이 다음 메인 화면 홈&쿠킹이 눈에 뜨였습니다. 올라온 글들 중엔 마음이 촉촉해지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에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퇴직 후에도 가끔 들러 읽을 줄만 알았지 그 글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포털에 노출되는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글을 쓰리라곤 생각도 못했었지요.   

   

저는 혼잣말을 잘합니다. 청소기에게, 무를 썰다가 칼에게, 지나가다 돌멩이에게도 곧잘 말을 붙입니다. 그러니 키우는 반려견이나 마당에 놀러 와준 고양이에겐 오죽할까요. 한데 마당에 놀러 온 길고양이들을 보고 있자니 꼭 제가 그 아이들에게 빙의라도 된 듯 말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이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재밌고 귀여웠습니다. 어떤 땐 제 입으로 내뱉는 말이 꼭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통역하는 것 같은 착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고양이 말을 옆 사람에게 들려주면 재밌다고 깔깔 웃더군요. 그러다 보니 아, 이야기를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기장에 써두긴 좀 아쉬운 맘이 들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떠 오른 게 다음 홈&쿠킹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애당초 브런치를 들어 본 적도 없었지요. 가당찮게도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지 알고 앱을 깔고 용감 무식하게 들어갔습니다. 아뿔싸 누구나도, 아무 글이나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더군요. 포기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날따라 말똥말똥 눈이 감기지 않았습니다. 양 마리 수만 세고 있기에는 밤이 너무 길더군요. 결국 12시를 넘기고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얼마나 무지하게 덤벼들었으면 미리 써둔 글을 함께 올려야 하는 것도 몰랐을까요. 급하게 소개 글을 작성하고 전원주택으로 이사 와서 이웃을 사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짧은 글 한 편을 후다닥 올렸습니다. 그게 8월 6일(토) 새벽 1시였습니다. 그리고 8월 8일 월요일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돼지꿈도 꾸지 않았는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의 숙제 같은 일기 쓰기와 중. 고등학교의 억지 글짓기 이외 써 본 적 없는 저의 글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생은 두강이로>는 반려견 두강의 시점에서 쓴 일기입니다. 두강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을 추억으로 남겨 두고 싶었습니다. 처음 쓸 때만 해도 브런치에서 유치한 이런 글을 누가 읽어 주기나 할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블로거나 다른 sns를 이용하지 않으니 브런치 외에는 달리 글을 실을 곳이 없었습니다. 얼굴에 철판 깔고 우리 가족이라도 읽지 뭐 하는 심정으로 썼습니다. 함께 한 일 년 육 개월 동안의 굵직한 일들을 중심으로 얼개를 짜보니 얼추 스무 개 남짓 되었습니다. 20화 모두를 써 두고 발행할 때마다 조금씩 손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명색이 연재물인데 너무 자주 발행하면 안 될 것 같아 작전상 시간을 좀 끌었지요. 누가 읽어 주기나 한다고.      


7화. ‘골든푸들이 아니라 골든두들이라니까요’를 올린 날이었습니다. 오후에 조회수 알림이 떴습니다. 천 단위 조회수가 의아했습니다. 구독자가 얼마 안 되니 평소 조회수는 앙징맞고 귀여운 두 자리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이리저리 요리조리 찾아보니 다음 메인의 동물 코너에 두강이가 쨔잔 “엄마 나 여깄지롱” 하며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이런 효자가 있나. 내가 개아들 덕을 다 보네.’ 싶어 그날 두강이를 안고, 업고 별 짓을 다했습니다. 자식이 매스컴을 타니 제가 다 우쭐하더군요. 기특한 두강이는 20화 중 7번이 노출되어 오늘까지 두강이 일기글의 총 조회 수가 68,800회 가까이 되었습니다. 제가 재밌어하며 쓴 글이지만 읽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힘이 되었습니다.      


반려견과 길고양이에서 시작된 글이 하나 둘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브런치를 시작하신 분들과 작품 수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님들 중 많은 분들이 매일 글쓰기를 하고 계십니다. 자극과 반성이 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흡한 부분이 많아 아직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한걸음 더 나가볼 참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저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달라져 가는 제가 보이니까요. 쓰다 보면 기억의 왜곡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약간의 과장은 양념처럼 들어가기도 하고요. 하지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도 보탤 수 없습니다. 마무리 글에 일종의 다짐 같은 말을 적다 보면 꼭 지켜야 될 것 같더군요. 그러다 보니 제가 병아리 눈물만큼 쪼매 착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서 조금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만천하에 알리기라도 해야 게으름 피우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도대체 왜 쓰는 건데’ 종종 저 자신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돌아오는 답은‘재밌어서’입니다.

즐거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 슬픔 때로는 반성과 자책까지 담아 쓰다 보면 뭐가 달라도 달라지겠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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