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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이 Apr 04. 2020

투자전략의 품질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와 투자 전략을 만들고 은퇴하는 그 날까지 투자를 지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저는 그 전략으로 정량적인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전략을 발견하고 다듬어 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여기서 데이터는 과거의 어떤 투자 대상의 상태와 수익률의 관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조금 더 풀어 예를 들자면, "과거에 어떤 회사의 재무상태가 어떠했는데 수익률이 어떠했더라"라는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데이터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각자 가설을 세우고 투자 전략을 만들게 됩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과거에 잘 통했던 전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게 되겠지요. 


  "과거에 이렇게 투자했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겠구나! 앞으로 이렇게 투자를 해야겠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우리는 정량적인 전략을 세웠고, 과거 데이터로 전략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 전략이 얼마나 탄탄한 논리 구조 위에 세워졌는지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전략을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뜬금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혼자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법 없이

다른 일들과 엮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모든 학문의 목표가 되겠습니다. 이때, 관계들에 대해 묘사하는 방식으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인과관계는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입니다. A라는 사건이 B라는 사건의 원인이 됐을 때 인과관계라고 말합니다. 아래와 같은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A : 힘을 주어 공을 밀었다.

B : 공이 움직였다.


어떤 두 사건의 관계가 인과관계인지 밝혀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일입니다.


  F=ma. 


따라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은 메커니즘을 밝히기에 좋은 툴이 됩니다. 이때 원인에 해당하는 사건 A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은 수월해집니다. 힘을 세게 줘보기도 하고 안 줘보기도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투자에서 어떤 인과관계를 밝혀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겠지요. 


상관관계란 무엇일까요.

 A라는 사건과 B라는 사건이 연동되어 일어납니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왜 두 사건이 비슷하게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둘 사이에 무언가 관계가 있어 보일 때 우리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모든 인과관계는 상관관계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수학적으로는 correlation을 계산하면 됩니다. 그 값이 1이면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이고 0이면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 :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었다.

B : 해수욕장 방문객이 늘었다.


 위의 관계는 상관관계입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지요. 두 사건의 원인은 더운 날씨라는 것을.. 만약 외계인이 저 두 사건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실험을 하지 않고는 모를 것입니다. 


외계인 : 아이스크림 판매를 막아봐야지. 해수욕장 방문객이 줄지 않는군! 인과관계는 아니었구나.


그런데 아이스크림 판매량을 조절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됩니다. 숨어있는 변수(무더운 날씨)를 찾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관찰을 해야 합니다.


사건이 복잡해지면 (두 사건 사이에 영향을 주고받는 변수들이 많아지면) 사실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어려워집니다. 더구나 변인 통제 실험을 할 수 없다면 인과관계를 밝혀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투자 세계가 그렇습니다. 


1. 수요와 공급 법칙 :

가격의 오르고 내림은 수요와 공급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2. 월말 효과 :

월말에 주가가 반등하는 현상이 있다.


3. 태양의 흑점 효과 :

태양의 흑점이 활동 주기와 주가의 등락 주기가 비슷하다.


 위의 관찰 결과들은 어떤가요. 모두 상관관계입니다. 어차피 경제시스템과 같이 통제가 불가능하고 각 요소들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복잡한 시스템에서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까지 투자전략으로 사용할 것입니까. 1번까지만 쓰는 것도 나쁘지 않고, 3번까지 쓸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이고 각자의 선택이 됩니다. 그렇지만 각자의 전략을 평가해 볼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과최적화' 개념입니다.


 아래의 그림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위의 그림은 과거 데이터로부터 투자전략을 세울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다음과 같이 가정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O : 수익률이 플러스인 회사 

   X :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회사


 과거 데이터를 쭉 나열했더니 위와 같은 분포를 보였다고 합시다. 우리는 수익률이 플러스가 되는 기준을 만드려고 합니다. 


 너무 단순하게 정량적인 전략을 세웠다면 왼쪽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더 좋은 전략을 만들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너무 과도하게 전략을 만들었다면 오른쪽과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우리가 확보한 데이터 상에서는 기가 막히게 플러스인 회사만 골라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략을 만들었을 경우, 미래에도 전략이 들어맞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과최적화 된 전략이라고 합니다. 상관관계의 측면에서 보자면, 실제로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우연히 우리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에서 그렇게 보여서 잘못 고른 전략이 되겠습니다.


 가운데와 같은 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물론 정해진 방법도 없고, 만든 전략이 과최적화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습니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모은 데이터를 잘 나누어 전략을 만드는데 활용하는 데이터와 검증하는 데 사용될 데이터로 각각 나눠 적용하는 팁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세운 전략이 간단한, 혹은 깊은 통찰을 지닌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면 과최적화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 한국 시장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를 미국 시장에 적용해봤을 때 여전히 잘 통하더라.

 - 최근에 가장 많이 오른 자산을 매수하는 전략은 지난 수백 년간 널리 알려져 왔는데 여전히 잘 통하는 전략이더라.

 - 회사의 순이익 대비 회사의 시가총액이 싼 기업을 고르는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를 지지하는 논문이 있더라.


 앞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전략들은 모두 상관관계를 관찰하여 나온 전략들입니다. 그중에는 노벨상까지 받은 연구에서 나온 전략들도 있습니다. (자산배분, 스마트베타 전략) 또는 과거에 오랫동안 작동해왔다 라는 근거를 가진 전략도 있습니다. (듀얼 모멘텀 전략이 여기에 속하겠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빈약해 보이는 전략들도 있습니다. 어떤 전략을 포함시키고 제외할지는 각자가 곰곰이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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