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독?

경력단절 기간이 길었던 내게...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

by 오늘이

16여 년의 긴 경력단절기간 후, 집 밖에 내 책상이 있고 내가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이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새로운 일들로 긴장의 나날이었으나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일이 즐거웠고 일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사업을 하며 계획서 결과보고서는 매달 작성해야 하였고 주어지는 업무는 거부하지 못하고 다 수용하며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월별 계획서 12개, 결과보고서 12개를 작성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연간결과보고서 작성도 12월에는 12개를 해냈다. 큰 거 3~4개... 동아리활동, 단기간 프로그램 같은 자잘한 것들 8개 정도 된 것 같다. 할만하다 생각해서 했고, 하다 보면 내게도 좋은 거니 일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퇴사한 지금 그 센터에서는 OOO선생님이 누구냐. 어떻게 이렇게 업무를 했냐며 선생님들이 궁금해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일은 즐거웠다. 일을 하면 주어지는 경제적 이득은 자기 효능감을 뿜뿜 시켜주었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래서 더더욱 잘하고 싶었나 보다. 결국 나의 첫 사회복지계의 직장에서 퇴사는 했지만 말이다.



여기 센터에서 또한 나는 일복이 늘 많다. 큰 사업 진행하면서도 자잘하게 프로그램도 하고, 실적 TF도 하고 센터에서 인터넷 서핑 한 번 편하게 못할 정도로 업무에 집중한다. 일이 좋아서, 하게 되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알아두면 좋고, 또 새로운 업무를 해보는 것에 대한 기대,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좋은 마음에 하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누군가 계속 그렇게 도맡아 하게 되면 이후에 사업 담당하는 선생님은 그걸 다 해내야 한다. 적당히 해야 한다는 주의다. 내가 대상자들에게 했던 친절함은 이후 사업 담당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너무 잘하지 말라는 거다...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진행하면서 업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인간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기본이 있는데 그것조차 과하다고 한다면...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진심을 다해서 하는 것이 즐거웠는데 진심을 다할수록 유난한 사람으로 통하게 되는 것 같았다.


허나 그렇다고 그들의 입맛에만 맞춰 내 업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담당자가 새로운 분위기, 문화를 만들면 될 것을... 생각의 차이는 적절히 조절을 하겠지만 기본 인간에 대한 도리까지 조절을 하라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다.


사회생활도 잘 모르고, 인간관계의 쓴맛도 지독히 겪어보지 않았던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왔던 내게, '일'이란 자기 효능감을 무지하게 느끼게 해 준다. 거절을 못해서 이일저일 다 떠맡고 있는 꼴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할만하다. 좌충우돌하며 괴롭고 힘든 경우도 있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알게 되는 것들이 어느 순간 나를 단단히 만들고 업무에 조금 더 유능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어떤 선생님은 일중독이라고 내게 표현한다. 뭐 그 정도까지 열심히 하지 않는데 그렇게 봐준다는 것이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내 삶과 일을 균형을 맞춰가면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긴 경력단절이 있었기에 지금 많지 않은 월급이어도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일중독이어도 좋다. 내가 우선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즐겁고... 일을 한다는 것이 뿌듯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렇다. 내년, 내 후년에도 내가 이곳에 있을지 알 수 없으나 똑같지 않은 일상과 업무가 아직은 나를 살아있고, 너는 아직 사회에서 충분히 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기에 오늘 하루.하루... 뿌듯하게 살아보련다. 근데.... 난 일중독 소리 들을 만큼 독하지는 못하단다~~~^^ 일이 종종 즐거울 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야.


작가의 이전글하루하루 무엇엔가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