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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엘에게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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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r 27. 2024

감은사지 紀行


감은사지 기행



L


감은사지에 도착했을 때, 

까마귀 저녁 길을 울어 넘고 있었습니다.

석공은 휘적휘적 일어나 서글픈 무늬 되어 사라지고

붉은 강은 꼬리 치며 휘돌았습니다.

헐거워진 바람이 열고나는 터 

질그릇 같은 무덤 안을 서성였을 때

물길 따라 황룡이 돌아오는 듯

소리 없는 예불 붉게 붉게 펄럭였습니다.


L


상상해 보세요

세월의 흔적을

내가 당신의 흔적을 찾는 이유입니다.

나는 누구의 발걸음으로 여기 왔는지

나는 누구의 얼굴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

당신은 여기와 거기 어디쯤에 존재하는지


산그늘 경계를 넘어서고 난 뒤부터 나는 속병이 도져

쓰러질 듯 어지러웠고 헛구역질이 심하였습니다.

  -등 좀 두드려 주세요. 대왕님. 

   해풍에 뭉개진 어깨를 주물러 드릴게요.-

빈터에 주저앉아 중얼거렸습니다.


살아남은 탑 둘, 

물풀 같은 바람이 나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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