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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날 오어사에 들렸습니다.
그날 바람이 몹시 불었지요.
그곳 전경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누군가 전해 주어 찾게 되었지만
아름다움이란 다 시기가 맞고 관계가 설정되어야 비로소 느껴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저 추웠습니다.
오어사는
원효 대사와 혜공 대사가 수도 할 때 고기를 한 마리씩 삼키고 변을 보았는데
한 마리만 살아 헤엄치는 것을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우겨
나오(吾) 물고기어(魚)를 써서 이름이 되었다는군요
두 스님 법력은 모르지만
똥을 누웠던 물결은 오어사를 휘돌아 여전히 짙푸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살거나 죽은 것의 측은함에 눈시울이 뜨끈했습니다.
구곡간장 굽이굽이 생과 사를 넘었으나
산 물고기는 전설이 되고
죽은 물고기의 뒤안길은
바람으로 구름으로 한때는 스님으로 돌고 돌지는 않겠는지요.
어디에 법력이 있다는 말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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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사의 물결은 목덜미가 무겁도록 산 그림자를 둘렀습니다
죽은 것과 산 것을 가르는 해탈의 경지가
두 스님에게 있지 아니하고
산 그림자 쉼표에 매달려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오어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