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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엘에게 22화

배내골을 찾아서

by 여등

배내골을 찾아서




초등학교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딱딱한 가지를 뚫고 이리 예쁜 꽃이 어떻게 나왔을까

아이가 대답했지요.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힘을 준 것처럼

나무도 힘을 주었을 거예요


그 후 나는 알았습니다.

꽃이 눈부신 이유를

꽃에는 왜 향기가 있으며

꽃 핀 자리마다 왜 흉터가 있는지를


배내골로 접어든 이유는 그곳에 매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입니다.

삼랑진역을 지났고 천태산을 돌았습니다.

기차도 함께 돌았으며

산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수히 피어난 꽃들이

계곡마다 재재거렸습니다.

그늘도 없이,


강나루를 돌아서면서 이정표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알려거든 산의 정상으로,

산을 알려거든 골짜기로 가라고

넌지시 꽃 두른 가지가 손짓으로 일러주기에

나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꽃바람을 따라나섰습니다.


골짜기가 깊을수록

꽃들은 모두 서늘한 이마를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느라 고요합니다.

간혹 바람의 무게에 한 잎, 한 잎, 날리기도 하지만

세상은 멀고 향기만 가득합니다


이상하지요?

어떻게 피어난 꽃이냐고

오히려 꽃들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는

나무 곁에 서면 꽃이 되고

하늘 아래 서면 새가 되고

물 위를 걸으면 그림자가 된다고

슬쩍 농담을 했습니다.

그리곤 공연히 가슴이 뻐근하였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 뿌리내리신 당신이

무수히 피어납니다.

나도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나무마다 그늘이 있고 흉터가 있고

꽃을 피우기 위해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L


배내골 꽃을 바라보다 온 오늘은

그립고 보고픈 마음 더욱 가득하여

내 상처 위에 꽃가지 하나 꽂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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