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내골을 찾아서
초등학교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딱딱한 가지를 뚫고 이리 예쁜 꽃이 어떻게 나왔을까
아이가 대답했지요.
엄마가 아기를 낳을 때 힘을 준 것처럼
나무도 힘을 주었을 거예요
그 후 나는 알았습니다.
꽃이 눈부신 이유를
꽃에는 왜 향기가 있으며
꽃 핀 자리마다 왜 흉터가 있는지를
배내골로 접어든 이유는 그곳에 매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입니다.
삼랑진역을 지났고 천태산을 돌았습니다.
기차도 함께 돌았으며
산다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수히 피어난 꽃들이
계곡마다 재재거렸습니다.
그늘도 없이,
강나루를 돌아서면서 이정표가 있었습니다.
세상을 알려거든 산의 정상으로,
산을 알려거든 골짜기로 가라고
넌지시 꽃 두른 가지가 손짓으로 일러주기에
나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꽃바람을 따라나섰습니다.
골짜기가 깊을수록
꽃들은 모두 서늘한 이마를 맞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느라 고요합니다.
간혹 바람의 무게에 한 잎, 한 잎, 날리기도 하지만
세상은 멀고 향기만 가득합니다
이상하지요?
어떻게 피어난 꽃이냐고
오히려 꽃들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나는
나무 곁에 서면 꽃이 되고
하늘 아래 서면 새가 되고
물 위를 걸으면 그림자가 된다고
슬쩍 농담을 했습니다.
그리곤 공연히 가슴이 뻐근하였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 뿌리내리신 당신이
무수히 피어납니다.
나도 가만히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봅니다.
나무마다 그늘이 있고 흉터가 있고
꽃을 피우기 위해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L
배내골 꽃을 바라보다 온 오늘은
그립고 보고픈 마음 더욱 가득하여
내 상처 위에 꽃가지 하나 꽂아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