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그녀들과 함께

by 쵯수진

막 웃었다

정말 신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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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어릴 때 꽤나 영특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다 부모님은 특히 공부에 기대가 크셨고 사춘기가 제법 일찍 그리고 오랜 시간을 더구나 거칠게 보내다 보니 중학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부모님 애를 태웠던 딸이었다.

고2와 고3에 공부의 맛을 좀 알고 나름 열심히 했으나 그동안의 나태함을 다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입 원서를 쓰면서 내 인생서 가장 혹독한 실패를 맛보고 담임선생님의 추천 학과도 무시한 채 ㅡ담임은 영어교육과를 추천하셨으나 머리에 가득 든 겉멋과 나름의 정의로움이랍시고 선생님께 저 같은 속물이 영어 선생님이 된 다는 것은 한국 공교육을 망치는 것이라며ㅡ 공주대학교 영어영문과를 지원하고 면은 서게 차석으로 입학은 하였다.

그리고 만난 그녀들이다.

큰 패배감에 젖어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영문과의 반항아가 되겠다던 내 옆으로 그녀들 역시 자기 나름대로의 아웃사이더 기질들을 뽐내면서 다가왔고 그녀들과 함께 한 대학 생활은 내 인생의 가장 꿀 맛 같은 추억이 있는 시절이다.

이젠 그 시절은 벌써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염색하지 않으면 하얀 구레나룻이 나는 사십 대 중반의 여자들이 되었지만 똑같은 추억을 곱씹으면서도 늘 똑같은 포인트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 하지 못 하는 그 이후의 시간까지도 같이 공유되는 신비한 그녀들!

어제도 그러했다. 우리끼리의 편안한 시간 만들어 주려고 이쁜 지유와 조셉이는 잠시 선미 동생들이 봐주는 배려 덕에 한나의 집이 꼭 우리의 엠티 숙소가 된 기분였다. 007 작전 방불케 공수한 배달 음식과 한 참 같이 축하하지 못했던 생일 축하라며 백 살만큼 촛불 밝힌 케이크와 편의점서 털어오다시피 한 서른 캔의 맥주와 그리고 우리 신비소녀들의 수다!

우리 참 나이 들었는데 우리 막 웃었다. 정말 신나게 웃었다.

선미 출국일이 다가온다. 언제 또 이런 시간이 허락될지 기약도 없다. 어제가 많이 많이 생각날 거 같다. 어제가 두고두고 생각날 거 같다. 그때도 또 웃기다! 우리 그날도 정말 신나게 웃기다!




내 소중한 그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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