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패키지여행이면서
단 둘만의 해외여행!!
패키지여행이므로 말이 통하는 그룹이 늘 함께 하겠지만 딸은 나를 나는 딸을 의지하며 떠나는 모험을 준비한 것이다.
나보다 한 뼘을 더 커있는 열두 살의 지수빈을 데리고 그녀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기대하며 난 걱정보다는 왜 이리 설레는지!!
남편은 도리어 딸에게 나를 잘 부탁한다는 미션을 부여하였지만 나 참 설렌다.
우리 패키지 파티원들은 어떤 사람일지, 다들 어떤 관계들로 이루어 있을지부터 해서 긴 비행시간 동안 화장실은 몇 번이나 움직일까 기내식은 무엇이 나올까, 면세점은 늦은 시간 들를 수 있을까? 이런저런 설렘.
목적지인 리스본 공항 도착해서야 패키지원들도 눈에 들어오고 버스에 자리 잡고 앉은 이제부터 순례자의 길 버금가는 10일간의 포르투갈~ 스페인 투어가 시작됐다.
부부님들만 오신 팀, 시댁식구팀, 중학생 사춘기 가족팀, 남매팀, 여행메이트팀, 그리고 부자팀과 우리 모녀팀!! 모두 31명의 다양한 파티원!!
비행부터가 장시간 고생했음에도 여유란 없다. 포르투갈 세 도시를 하루에 봐야 하니까^ ^ㅡ이것이 뫄!! 케이 패키지다!!
파란 하늘 이국적인 풍광 낯선 이 나라가 너무 좋아 설레인 건 아직 나뿐이었나보다. 인생 타르트를 맛보는 순간 너무나 행복해 보였던 열두 살 딸이었는데 오비두스의 예쁜 골목 사이를 누비면서는 볼멘소리와 투벅투벅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의 불만을 표현한다.
헉!! 벌써 위기라니! 시작하자마자 벌써 우리 사이 금 가는 소리가 난다. 참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버럭 혼내고 말았다. 나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그녀의 그런 행동이 너무나도 꼴 보기 싫었다. 세상 반대쪽 아는 사람은 딱 너와 나 둘 뿐인 이곳에서 복화술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패키 지원들 눈을 피해 한가한 오비두스 성당 앞 계단에 여유롭게 앉아 햇볕을 즐기 시던 현지 노인 두 분 앞에서 눈에는 레이저를 쏘며 입으로는 그동안 그녀의 사춘기를 참아내던 분노를 표현했다. 의외로 순순하다. 잘못도 금방 사과한다. 말도 고분고분하다. 기분이 금방 풀린 듯 보였다. 나는 오히려 폭발하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우리 둘의 우정 여행의 시작을 알린 곳이 되었다. ㅡ여행 후 공항에서 만난 지 아빠에게 처음 꺼낸 여행 에피소드였으니 사과가 빨랐던 이유인 즉 자신은 정말 국제 미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정말 아찔함을 느꼈다했다.ㅡ
모녀 싸움 칼로 물 베기인 것이 오비두스의 위기와 화해를 겪어 내고는 여행 내내 내 어깨에는 수빈이의 팔이 올려진 채로 어깨동무를 하고 다녔다. 사춘기 열병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늘 파도가 친다는 딸과 어깨동무를 하며 나란히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편의상 4인 1조로 8개 조가 있었지만 인원 파악을 위한 것일 뿐 식사나 관광에 있어서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 이유로 언제 식사부터인지 막내아들 입대 전 아들은 동유럽에 두 분은 이번 패키지에 오신 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밥동무가 되어서 많은 대화를 하였는데 가장 첫 질문은 딸아이의 나이였고 당연히 중학생인 줄 알았다면서 참 성숙하다는 반응을 하는 익숙한 패턴의 대화였다. 넷이 앉아 식사할 때면 두 분이 우리 대화하는 것도 들으시고 직접 딸내미와 대화도 하시면서 기특해하시고 참 재미있는 녀석이라며 귀여워해 주셨다.
딸과 나는 참 이것저것 통하는 게 많다. 정말 미니미를 이 세상에 창조한 거처럼 나를 너무 닮아서일 수도 딸아이가 정말 성숙해서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가끔 너무 친구 같은 우리 사이를 보면 다른 이들이 버릇없이 볼까 염려스러울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남편도 나도 우리 셋의 그런 관계를 이상적이라 여기지만 우리의 교육관 때문에 딸아이가 버릇없는 아이로 오해받는 건 원치 않으니 말이다. 그분들이 우리를 오래 봐 온 거는 아니지만 오히려 편견 없이 보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직접 질문했다. 워낙 점잖은 분들이라 대답이야 내가 듣고 싶은 말씀을 해 주셨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기우였다.
내가 없는 사이 딸은 어른 친구도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ㅡ우리 수빈이 간식 사줘야는데~
ㅡ수빈아 이 추로스 먹어봐!!
ㅡ어제 마스크 고마웠어~!
딸 덕에 맛있는 간식을 휴게소마다 얻어먹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 둘 만의 시간이 많아 대화시간은 더 늘 수밖에 없었다.
둘이 같은 이야기를 하며 웃는 시간도 진지한 얘기를 하는 시간도 각자의 개똥철학에 대해 설득하는 시간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 날은 버스 이동 중에 불쾌할만한 소동이 있었다. 그런데 딸이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 하기에 그날 저녁 야경투어를 하며 물었다.
아이가 얘기하길 만약 거기에서 불쾌감을 표시했으면 그 당사자 어른이 너무 민망한 상황이 됐을 거라며 차라리 내가 좀 모른 척 손해 보더라도 지나가는 게 나을 경우가 있다고 대답한다. 이 애가 언제 이리 커서 나름의 인생관을 만들었는지!!
몬세라트 검은 마리아상에 간절히 기도 할 땐 마냥 순진한 기도를 하는 어린아이였는데 말이다.
마지막 한낮의 자유일정으로 바르셀로나를 즐기면 이제 스페인과도 헤어져야 한다는데 딸내미가 지나치다 본 애플스토어를 첫 타깃으로 정하고 당연히 내가 길을 안내하려다 30분을 허비하였다. 역시 체면 세우기가 쉽지 않다. 결국 딸내미가 스스로 지도 확인하면서 애플 스토어에 도착하였고 자유로운 매장에서 그녀는 패드에 ㅡ 또 올게 , 굿바이ㅡ를 써 놓았다.
그곳에서 1시간의 싱글벙글 시연을 즐기다 골목골목 들어가 우연히 발견한 젤라토도 맛보고 이베리코 샌드위치에 커피도 한 잔 하며 마지막 둘 만의 자유여행을 만끽했다.
별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계획한 여행이라 걱정했더니 아무것도 모르게 와서 그 도시에 빠지는 게 힐링이라 말하는 딸아이에게 여행하는 동안 이틀에 한번 물어본 거 같다.
수빈아 여행 즐겁지?
우리 둘도 괜찮지?
다행히 대답은 응!! 엄마!!
다음에도 우리 둘 ㅡ 또 괜찮지??
이렇게 둘 만의 여행은 끝이 났다.
공항에서 남편을 보자 승전보를 알리는 장군처럼 당당했고 귀국 후 첫 끼를 먹으면서 중국에서 세 명이 이상 바이러스에 의해 숨졌다는 먼 나라 뉴스를 이야기 하였는데 순식간에 우리는 예전의 일상을 바라는 것이 이상이 되었다. 2~3년의 피나는 모두의 노력에 하늘로 날고 싶은 계획들이 이루어지는 요즘! 다시 꿈틀 거린다! 다시 둘이 되어 날아가 보자고!!
패키지여행을 또 한 번 하겠냐는 물음에는 ㅡ아니요ㅡ로 일관하는 딸이다. 하루 일만보 이상을 걸으며 즐겨야 한다는 게 아직은 힘들 나이이기도 했고 나 역시 즐겁기만 한 여행이었으나 빠듯한 일정이다 보니 열흘 되는 기간이 두 장 짜리 브로셔를 읽은 듯 여행지를 한 줄 평가하게 된다.
이제 그 브로셔를 들고 지도를 찾아가며 한 줄 평가한 제목 밑에 내용을 써 보고 싶다. 눈으로 찍어 둔 필름은 기억 속에 선명히 간직하고 있으니 다시 가서 더 그곳에 빠져보고 싶다.
딸아! 자유 여행은 괜찮겠니?
다행히
대답은
ㅡ예스ㅡ다!!
조만간!
다시 갈 스페인!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