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여유, 게으르다

by 쵯수진

어제 4월에 일찌감치 계획한 제주 여행을 왔다.

무면허자인 나의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더 계획이 없다.

단, 내 여행 동반자인 수빈이가 가고 싶어 하는 김창열 미술관만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계획된 곳이다.

자고 일어나니 호우 주의보 알람이 와 있다.

밖을 내다보니 아름답게 비가 내린다.

특히나 무계획으로 어슬렁 거리는 여행을 하는 여행자에게 낯선 곳의 갑작스러운 빗소리는 즐겨 듣지는 않아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연주 같은 느낌이 있다.

도시에서의 느림은 가끔 게으름으로 오해된다.

나는 그 오해를 피하려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할 것 같다.

잠시 구름이 걷히는 듯하다가도 금세 얼굴을 찌푸린다.

오늘 나는 여행자다.

이곳 제주에서 월요일은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를 부리는 것인 게다.

빗소리 들으며 새하얀 침구 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오늘은 여유를 부려 볼 참이다.

반짝하고 해님이 웃어 주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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