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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Oct 06. 2020

실패는 없고 학습만 있다

발달 과업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후유증

속도는 달라도 방향만 같으면 된다니까. 

에릭슨의 인생 전반에 걸친 자아의 발달을 배웠을 때,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배웠어도 '그렇지, 속도는 달라도 방향만 같으면 된다니까.'라고 생각했었다.

20대 대학을 입학하고, 50대에 대학 편입과 대학원을 입학하고 졸업하면서 난 내가 왜 계속 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이 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돌아 생각해보니 젊은 것이 아니고 나는 20세에 멈춰 있었던 것이다. 대학을 진학하고 배움을 계속했어야 하는데 대학 불합격한 후 그냥 거기서 직장으로 방향 턴!했던 나였다. 이후 대학 낙방에 대한 좌절감을 가진 고졸의 스무 살의 마음으로 30, 40, 50대를 살아왔다. 그때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으며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일상생활도 나이와 상관없이 현실적인 생활방식이 서툴고  어설픈 생각, 성숙하지 못했다. 그런데 50대가 되어 상담을 공부하고 자기분석을 하면서 내가 늘 어설프고, 침착하지 못했고, 불안했던  정신연령이 20세에 멈춰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야가 넓지 않아 대처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맏이로서 내가 모든 걸 처음 겪어야 했기에 더욱 서툴렀던 게 아닐까. 


실패는 없고 학습만 있다.
TV에서 어느 교수님이 처음 늙어보니까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서툴고 당황스럽다고 한 것에 공감이 됐다. 에릭슨의 발달이론 8단계에서 통합성 vs 절망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인생의 마지막에 통합성을 느낄 것이냐, 절망감을 느낄 것이냐. 통합성은 모든 인생을 통합해서 봤을 때 자신의 삶을 생산적이고 가치있게 받아들여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고 절망감은 통합에 실패했을 때 즉,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희망을 잃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통합성에 가까워지려 한다. 나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조금씩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살아있으니까 한 잔하는 거지
오늘 새벽 일찍 정신 차리고자 찐한 커피 한 잔을 하는데 교육평가, 결과에 신경 쓰면서 살아온 지난 10여 년이 아스라이 떠오르며 지난 시간들이 지나간다. 요즘의 나는 지금 이 나이에도 뭔가 시작하려고 한다. 발달과업 이루지 못한 그 후유증일지 모르겠다. 나의 먼 훗날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요즘은 마음이 가볍다. 내 인생의 끝은 어떨까~ 20대 혹은 30대에서 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는 남녀들이 있으면 지금 시작했으면 권유하고 싶다. 20대 후반 뒤늦게 가려고 한 대학 면접 시 교수는 왜 이 나이에 대학을 오려 하느냐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지금이 제일 빠른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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