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시작>
오늘은 큰 딸이 홀로서기로 독립한 후 3주 만에 처음 집에 온 날이다. 지난주 생일인 15일은 친구들이 독립을 축하해주기 위해 '딸 집'으로 모인다 해서 우리는 뒤로 밀려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빙자하여 오늘 집으로 오기로 했다. 남편은 '큰 딸이 온다'니까 '무얼 해 주느냐' 혼자 '설렌다'면서 허둥거린다. 결국은 '회'로 낙착되어 외식하러 가지 못하고, 이마트에서 방어와 광어 등등 큰 접시로 두 개를 사고 초장도 덤으로 더 사 오고 왕방울 크기의 딸기까지 사 왔다. 야채는 있던 것으로 하고.
두 딸들에게 집이 늘 지저분, 정리를 못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몇 년 만에 목사님 심방받듯이 청소하고, 쓸고 닦고 ~~
딸은 오피스텔에 이것저것 가구를 들여놓으니 생각보다 집에 좁아졌는지 우리 집이 생각보다 넓어 보이는 게 처음이란다.
7시 전에 와서 '좀 치우고 사나'면서 집을 살펴보았다. 책이고, 옷 넣는 단스, 서랍장, 큰 책꽂이도, 버리는 것도 돈이 많이 들었다. '신박한 정리'를 보면서 난 어디까지 비워야 하나~~ 난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은 아직도 더 버려야 된다고.. '버리느라고 애썼다'는 말은 안 하고 보이는 곳마다 더 버려야 된다고.
국물떡볶이를 애피타이저로 작은 딸 퇴근을 기다리며 먼저 온 큰딸과 먼저 식사를 시작하였다. 먼저 시작하라는 작은 딸의 연락이 있었다. 먹는 도중 도착하고~~ 나는 회가 살이 먹음직스럽게 두터워 씹는 감각이 느껴져서 좋았는데 딸들은 좀 얇았으면 좋겠다 한다.
맥주와 소주와 나폴레옹 브렌디와 사이다로 각자 자기 취향대로 칵테일 하여 마시고 , 대구에서 자란 나는 자랄 때 회를 먹지 못했다. 포항 가서 전복과 멍게, 대구의 겨울에 영덕 게를 먹은 기억이 전부다. 지금도 나는 곁들이찬을 더 좋아하고 매운탕을 기대한다. 우리 식구들은 회 자체만 좋아한다.
먹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케이크로 종류가 바뀌고, 케이크광인 남편은 회를 끝내느라 케이크는 손도 대지 않았다. 딸기로 입가심하고 큰 딸은 하품을 한다. 9시 전인데 맥주가 눈과 마음을 풀리게 하나. 시간은 9시 전, 몇 시에 갈 거냐에 9시 반이나 10시에 가겠다고. 말은 '9시 반에 가라'하면서 가져야 할 '달걀 삶는 기구'를 챙기고 놓고 간 운동복 등 옷들을 조금 챙겼다.
남편은 술에 취한 상태인데 데려다준다고~ 딸은 1월에 초대할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울컥하는 남편을 두고 딸을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였다. 전철 도착이 세 정거장 전이라기에 추운 날씨에 기다리게 않으려고 얼른 서둘렀다. 남편은 서두르는 딸이 섭섭하다고. 딸이 나가니 뒤따라 나가고 나는 '조심하고, 잘 가라 '인사만 하고 들어왔다.
딸을 떠나보내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나중에 결혼해서 왔다가 가면 이리 허전하겠지' 했더니 작은 딸이 어이가 없는 듯 엄마, 아빠가 오버한다는 눈빛이다. 그러면서 남편 왈 '작은 이별에도 이리 슬픈데 큰 이별은 얼마나 슬플까...'
큰 이별은 사별이겠지?... 그렇겠지. 돈을 많이 벌어놔야 당신이 고생을 안 할 텐데, 무시를 안 당할 텐데~~ 이야기가 점점 확장되어간다.
그리고 남편은 소파에 앉아 졸기 시작한다. '들어가 자라'고 해도 '볼게 있다'며 고집부리더니 결국은 소파에 누워 졸다가 깜빡 잠이 들고.. 잠꼬대도 하고. 과음이 부르는 우울 감정, 큰 딸은 잘 도착했다고, 아빠에게 금주해야겠다고.
이렇게 하나, 둘씩 떠나면 '빈 둥지 증후군'도 올 텐데. 여자뿐이 아니라 남자에게도 올 것 같다. 이제 서서히 남편도 준비시켜야겠다. 작은 이별에도 울컥하는 남편의 모습이 술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