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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Jan 02. 2022

잠의 늪

아직은 때가 아니다

연말부터 나를 끌어당기는듯한 느낌은, 가라앉게 하는 늪처럼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래서 일에 대한 과부하 때문인가 했더니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달리 먹어야지'하는  결단과  결심을 자꾸 되뇌는 이 순간도, 두 시간 여 자고 일어난 뒤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새벽 두 시까지 잠을 못 자면 어떻게 하나. 아침 6시에 비비고 일어나 오늘은 그 여파로 졸다가, 일에 대한 진행이 혼자 더디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민폐가 되니 이건 아닌데 싶다. 


상담에서 불면증이면, 잠이 안 오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하루 정도는 사이클을 변화시켜, 다시 원자리로 오게 하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하라고 한다. 물론 다른 방법은 본인들이 많이 해 봤겠지만, 억지로 자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기. 나는 월요일에 상담할 내용에 대한 전략을 짜 보려고 애썼다. 비운다고 확 비어선지 상담할 내용과 내담자에 대한 정보와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들었고 일찍 일어나야 하니 다시 잠의 늪에 빠진 듯 생활이 엉망이 된 것이다.  


잠의 늪이 두려운 이유는 그냥 영원히 깨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친정엄마가 '67세까지만 살면 되겠다'라고 했다가 85세에 넘어져서 인지에 문제가 있어 삼키는 것을 잊어버려 돌아가셨다. 올해 77세 되는 선생님이 쌍 세븐이 된다고 표현하셨다. 행복과 건강이 더블로 왔으면 하는 마음이 아닐까.


딸들이 직장 가기 싫어서 '아침에 눈뜨기가 싫다'는 말을 하면 '돈 나올 구멍이 죽을 구멍이다'라는 친정엄마의 말을 해주곤 했다. 내가 직장 다닐 때는 동생 둘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였기 때문에 내게는 당연한 책임이고 의무였다. 그리고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재미있게 다녔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 기억이었는데 아직도 결혼 전 직장생활이, 어쩌다 이긴 하지만, 꿈에 나타나는 것을 보면 좋은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잘해야겠다는 동동거림이 있는 꿈, 더 배워서 와야겠다는 부족함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꿈이다.


그냥 지쳐서 자는 날이 좋다. 이전 저런 생각과 두려움도 없이 드는 잠. 정신이 맑아지니 하지 말아야 할, 필요 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시 몸을 움직여, 도움 안 되는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함으로 편안한 잠을 취해야겠다. 잠의 늪이 아닌, 충전시켜서 발동을 걸면 즉시 출발할 수 있는 내가 되도록 해야겠다. 아직은 늪에 빠질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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