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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Jan 04. 2022

뜨는 해, 지는 해

인생이 간다.

5년 전 64세부터 1월에 강사 계약서 갱신을 하러 보라매공원을 갈 때면 올해가 마지막이려니 하는 마음을 갖고 갔다.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슬퍼하고, 마음에 눈에 보라매공원의 경치를 담아두려고 센터로 가면서, 나오면서 사진을 찍어왔다. 햇살이 어느 쪽이 밝은가 하면서 앙상한 가지를 중심으로 멋있는 그림을 담으려고 애썼다. 명절에는 윷놀이도 하고, 여름에는 음악분수가 있고, 진녹색 잎들이 무성하고 연인들이, 학생들이, 유모차를 끄는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건강을 지키고자 운동장을 돌고 있고, 장기 두는 것을 보느라고 삼삼오오 둘러서서 보는 모습이 너무 정겹게 느껴졌다. 연령에 상관없이 각자의 목적대로 움직이는 모습들이 무질서 속의 질서처럼 4계절의 역동이 느껴졌다.


작년에 가을에는 가지치기하는 공원관리사 분들과 잔디 관리하시는 여자분들이 챙 넓은 헝겊 모자를 쓰고 묵묵히 쭈그린 모습으로  옮겨가면서 잔디를 뽑고 다듬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느껴지며 공원에 산책, 운동하러 온 사람들과 대비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때는 생동감 있게 느껴졌던 모습이 내 마음 탓인지 지금은 쓸쓸함이 느껴졌다. 모든 게 내 마음먹기 달렸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올해는 정말 마지막이다. 욕심부리지 말자. 2년 전부터 현 강사들에 대해서도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서류를 다시 받아 새로 뽑았다. 운 좋게 지난 1년은 했고, 이번에도 다시 활동하게 되었는데 서류 합격자가 의외로 많아서 내가 젊은 사람들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교만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 강사들은 아니라고 해주는데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센터로 가서 장소로 모이는데 이번에 뽑힌 강사인지 20대 초반의 여린 모습인데 '여긴 청소년들만 오는데 가 아닌가 봐요.' 하길래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상담하는 경우도 있어요'했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기존 강사 선생님인가 봐요~'


3년 전 강의하러 갔던 학교에서 센터에서 처음 파견된 강사를 본 생각이 떠 올랐다. 그때보다 더 푸릇푸릇한 인상이다. 자기가 있는 장소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미안할 일은 아닌데 뭐지? 

겨울이라 빨리지는 저녁 햇살에  마음도 빨리 지치는지 전철 안에서 정신없이 졸았다. 에고, 체력이 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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