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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Feb 23. 2022

생기다 만 <간 (肝) >

아직도 진행 중

어릴 때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랜다고 친정엄마는 ‘너는 간이 생기다 말았니’라고 하셨다. 살면서 누가 그냥 '탁'쳐도 리액션 소리가 커서 화들짝으로 옆 사람까지 놀라게 하여 혼나기도 했다. 어렸을 적 놀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겉보기는 탄탄해도 속은 그리 단단하지 못한가 보다. 


아직도 나타나는 현상은 경연, 오디션 프로를 잘 못 본다.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도 그렇다. 결과를 아는 재방 프로만 본다. 이번 동계올림픽도 결과를 알고 나서 보고, 아슬아슬한 것은 방에서 소리만 들었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소리 지르고 잘 보았는데 그때는 특별해서였는지, 20년 전이니 기운이 있고 담대 해져서였는지 신기하다. 그래서 4강이 되었나 보다. 


세상 살아가기가 코로나와 오미크론 때문에 다니기도 힘드니, 기침해도 놀라고, 피곤해도 놀라고, 목이 아플까 봐 더 놀란다. 가뜩이나 배짱이 없으니 요즈음은 '담대하게 해 달라'는 기도만 하게 된다. 생기다 만 <간>이 아니라 배 밖에 나온 <간 (肝)>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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