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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Dec 07. 2022

11년의 마지막 날

'그때도 청춘이었다'

오늘 보라매 생명사랑센터 강사들의 집단상담회의 후반기 평가회가 있었다. 눈까지 날리는데 어떻게 마지막을 전달할 것인가. 2012년부터 지금까지 11년. 2~3년 전부터는 매년 그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참석했는데 올해는 내년 70을 맞이하면서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하자. 강사들에게 16일까지 이력서를 쓰란다.


평가회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고, 팀장과 담당 샘들에게 '이력서는 더 이상 쓰지 못할 것 같아요' 깜짝 놀라는 샘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알고 보니 내가 생명사랑센터가 개소할 때 뽑은 초창기 강사였다. 50대 후반에 뿜 뿜 열정만 가득 찬 나는 면접 때 나 자신을 어필하느라 눈이 반짝였다. 뽑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이제 '시작이라'라는 '나를 뽑지 않으면 그대들이 손해일 것이요'.라는 심정이었으니까.


당시는 강의하고 난 물품을 도로 반납하는 시스템이라 일이 번거로웠다. 당시는 강화물을 갖고 다녀서 무거웠다. 담당 샘들이 그들의 기억을 말하면서 강의하는 학교에 항상 1등으로 가고, 반납도, 결과서도 모든 것을 시간 내에 잘 제출해 주는 셈이라고 말하였다. 나이 들어할 것이라고는 지갑 푸는 것. 후식으로 커피와 와플을 먹고, 그리고 각자 차 타러 가면서 헤어졌다.


보라매공원은 비행기 모형도 있고, 봄이면 봄대로 음악 분수도 있고, 유치원 아이들이 소풍 오는 곳, 노인들이 건강을 위하여 트랙을 돌고, 중 고등생들이 상담과 수련을 하러 오는 곳, 여름은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은 단풍이, 아저씨들은 1월 새해부터 정자에 모여서 장기, 윷놀이, 바둑을 하느라 추울 때도 더울 때도 옹기종기 있었다. 오늘은 눈까지, 조금이지만 날려서인지 사람들이 조금 있었다.


식사를 하고 보라매공원을 가로질러 오면서, 감정이 멜랑꼴리 해지면서 주변을 보느라 밑을 못 보고, 심신도 풀어지고 다리를 풀어졌는지 헛디뎌 넘어졌는데 '딱' 소리가 났다. 그래도 걸을 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주위 샘들이 병원부터 가라고. 그래서 집 근처 가끔 가던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었는데 처음에는 근육이 놀란 것 같다고 해서 '딱' 소리가 났는데요. 그랬더니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하더니 금이 갔다고. 부러진 것 같은데.. 어쨌든 다행이다. 부러진 게 아니니, 돈 10만 원 깨지고 절뚝이고 왔다. 조금씩 아파지면서.


남편은 가지 말라 했더니 가서 탈 났다고, 나는 마무리는 중요하다면서~ 단톡 방에서 '나가기.'를 누르고 '아듀' 했다. 모임도, 강의도, 교육도 다 취소하면서......


'이번 기회에 좀 쉬셔야겠네요.. 너무 바쁘셨던 거 같아요..'

'나는 그동안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항상 선생님 보면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세와

언제나 당당한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멀리서 많이 배우고 있었고요..

몸은 멀어지겠지만 마음으로 항상 응원할게요 선생님

언제나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정말 존경합니다 선생님~'

라는 톡을 받으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딸들은 '보라매 마치고 오면서 엄마가 감정이 몽글몽글 해졌겠네'

그 결과가 깁스가 되었다. 그동안 수고해준 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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