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감성 자극
오늘은 아침부터 졸려 티브이를 켜놓고 비몽사몽인데 언뜻 귀에 들리는 말이
'한강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 타는데도 꺼지지 않는 것이 신기해요'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가족들이 한강에 스케이트 타러 갔는데 난 '피겨 스케이트'였고 아버지와 동생은 '스피드스케이트였다. 딱 한 번의 기억은 (여러 번이었는지 모르지만) 딱 그 장면에 멈춰있다. 휑하니 넓은 한강에 몇 명 없던 기억, 그런데 <시니어 토크>에서는 '아버지가 만들어준 썰매로 재미있게 타던... 등등의 이야기와 아버지와 자녀들이 썰매 타는 모습으로 가득 차있다.
겨울이면 보통 영하 13~4도였던 그때 한강에서 스케이트 탔다면 딸들은 별로 믿지 않는 듯. 당시 생각은 여자는 피겨, 남자는 스피드스케이트가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중학교 입학하고 덕수궁 연못이 얼어서 그곳에서 스케이트 타고, 합격한 중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뿌듯해하던 기억이 난다. 집까지 걸어가면서 앞으로 다닐 중학교를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기억 , 중학교 2, 3학년 때는 수유리 4.19 탑 연못에서 탄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날도 갈아주고 따근한 어묵도 먹던...
그리고 몇십 년 뒤 남편과 딸들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서 스케이트를 같이 타 봤는데 '설 수 있다'라는 게 신기했다. 몸이 알아주더라... 내 감성을 자극한 <시니어 토크>가 언제인가 싶어 찾아보니 KBS 1 토요일 아침 8시 30분 방영되는 것이었다. 추억을 찾으려면 저리로 가야 하나?
너무 많이 달라진 세상에서 나의 기억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고, 나도 그러한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내가 산 것이 나로 산 것인가... 기억으로만 남은, 아무도 모르는 추억은 오늘 밤도 혼자만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