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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Feb 05. 2023

휴무(休務) 없는 하루 세끼

요령 없어 힘든가?

나는 나무들이 꽃을 잔뜩 피워놓고

열매가 생기기를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 - ‘꽃’ 황동규 -     


어제, 오늘 정월대보름이라고 70세가 된 친구들도 이틀간 ‘나물과 오곡밥’ 때문에 시끌했는데, 나이 들어도 하루 세끼 먹는 게 문제네. 한 끼 먹는 친구도 있지만 자기 남편 끼니는 챙긴다     

일요일 아침에도 교회 가기 전에 깨워서 같이 밥 먹어야 하고, 가고 나면 ‘나중에 먹는다’고.  마음은 내 버려두고 가고 싶다. 자율성 기대하고.   점심은 냉장고 안이 복잡해서 이것저것 챙겨 먹으라고 알려는 주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점심 먹고 대충 치워놓은 자리 보고 ‘잘 챙겨 먹었나’로 안심을. 70 나이에 알아서 먹겠지 싶다가도 장사하시는 시어머니가 바빠 어릴 때 혼자 밥 먹었다는 소리를 들어서~  

   

먹다 남은 반찬도 없는 저녁 식사 또 만들어서 먹어야 하고. 딸이 집에 있으면 ‘시켜서 먹자’ 그러고 싶었는데 지난주도 '피자' 시켜 해결, 또 '시켜 먹자' 하기 그렇고. 세뱃돈 준 것으로  딸이 피자 샀는데~.   냉장고 들여다봐도 먹었던 재료고, 반찬도 너무 눈이 익고. 당면밖에 없어 잡채라도 해야겠다 싶으니 시간은 오래 걸리고, 빛깔 살려주는 당근도 없고, 어제 먹고 남은 고기는 냉동실로 보냈더니 꽁꽁 얼어서 녹이기도 힘들고. 할 수 없이 녹여서 먹게 만드느라 힘쓰고. 밥 먹는 일은 쉬는 날, '휴무'가 없다. 


황동규 시인의 '꽃'이란 시가 심신을 달래준다. 치우고 나니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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