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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재 Feb 13. 2024

'남과 여'

 < 가깝고도 먼 사이>

지난 1월에 보봐르 여사의 ‘제2의 성’을 읽으며 내가 살아왔던 어린 시절의 경상북도 대구에서의 기억과 자라면서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첫 프랑스영화의 ‘남과 여’가 떠 올랐다. 내용보다 음악이 기억에 남았고, 어슴프레 떠오르는 바닷가 풍경을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1966년에 만든 영화라는데 설마 내 나이 12살에 봤을까. 20대에 보았는가에 확신이 없다.  

   

내가 가장 조숙했던 시절이 중•고등학교였는데 그때는 영화와 책을 잡다하게 많이 보았다. TV가 없던 시절이라 영화가 발달했으며 <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등 어린이 관련 영화와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라는 말로 유명한 <러브스토리>(1970). 초원의 빛(1972) 졸업 후 <토요일 밤의 열기> (1978) 등 모두 혼자 보러 간 영화다.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 절절하며 안타까워했는데 ‘나를 여자로 태어나지 않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하는 ‘유대인’, 여자 아닌 남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는 ‘플라톤’을 보면서 ‘남과 여’에 대한 사랑과 정서가 파사삭 부서졌다.  

   

‘남자는 자신을 위치시킬 때 어떤 성에 속한 개인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 제2의 성 P27> 글에서 여자인 나는 의문의 1패를 느꼈다. 남자들은 그냥 그 자체로 존재를 인정받는 느낌인데,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딸, 아내, 며느리, 여사장, 여의사, 여교수, 개그우먼들과 비교되어 짠하게 느껴진다. 


지금 이 시대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많은 것들도 있어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답답함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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