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최애 음식
뷔페에 가면 엄마는 해파리냉채를 수북하게 담아 오세요. 좋은 재료로 만든 비싼 음식, 이름도 처음 들어본 희한한 요리 그런 거보다 해파리냉채가 좋으신 거 같아요.
하지만 밖에서 먹는 해파리냉채는 겨자소스에 소금, 설탕을 넣어 새콤 달콤 짭조름하게 만들어 혈당을 올려요.
낮에 드시고 운동을 할 거라면 괜찮지만 저녁메뉴로는 곤란해요. 게다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음식들이 각자 있잖아요. 엄마에게 해파리냉채는 그런 음식이에요.
조금 다른 이야긴데 수영을 한달간 배운적 있어요. 그때 발차기 배운 다음에 앞으로 나가는걸 못하고 트랙돌때 다른분들 수영에 방해만 되어가지고 어린이 풀장으로 쫒겨났었거든요. 수영하면서 뒤로가는사람은 처음본다고 강사님이 과장하며 말했어요. 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지한 상태에서 앞에 사람 발차기하는 물살에 뒤로 밀려났을 뿐인데요.
아무튼 어린이 풀장에서 물에 뜨는 연습을 혼자 했었는데, 나는 미역이다 나는 해파리다 생각하면서 둥둥 떠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수영은 결국 못배웠지만 물안에서 움직이는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은 참 좋았던거 같아요.
평화로운 해파리를 혈당 걱정 없이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요리해볼게요.
재료
해파리, 당근, 오이, 파프리카, 레몬, 다진 마늘, 맛술, 간장, 식초
(취향에 따라 계란, 새우, 맛살)
염장된 해파리를 샀어요. 해파리를 씻으면 소금이 어마무시하게 나옵니다.
해파리를 물에 여러 번 씻어요. 소금기를 털어냈어도 쿰쿰한 냄새는 여전해요. 물에 불려 짠기와 쿰쿰한 냄새를 빼줄게요. 전날에 씻어서 물에 담가놓고 다음날 두어 번 물을 갈아주는 게 저는 가장 좋더라고요,
해파리는 한쪽으로 치워두고 오이랑 당근 채를 썰어줍니다. 채칼을 사봤는데 칼로 써는 게 모양이 더 깔끔한 거 같아요. 채칼은 우엉같이 칼로 썰기 힘든 야채에 써야겠습니다.
당근은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볶아줄거에요. 밑간은 하지 않아요. 식사를 할 때 턱이 충분히 움직여 저작운동이 되도록 적당히 딱딱한 재료들을 챙겨 넣고 있어요. 당근도 씹는 식감이 살아있도록 살짝만 볶아줍니다.
파프리카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잘라 원통을 만듭니다. 잘라낸 부분은 챙겨뒀다가 카레에 넣어먹어요. 씨를 발라내고 오이, 당근과 비슷한 길이로 썰어줍니다.
계란은 잘 풀어 지단을 부칩니다. 채 썰어주고요.
해파리냉채에 맛살을 넣으면 특유의 달달한 맛과 감칠맛이 더해져 맛이 확 살아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혈당도 올라요. 맛살에 전분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봐요.
엄마 드실 해파리냉채에는 맛살 대신 새우를 넣어요.
새우를 하나하나 자르고 있자니 방울토마토 한 번에 자르는 영상이 생각났어요.
집에 있는 접시로 시도했는데 움푹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가 안되더라고요. 뒤집어서 다시 시도. 실패.
나머지 새우는 통채로 끓는물에 데쳐줍니다.
이제 소스를 만들어볼게요.
겨자, 레몬즙, 식초, 약간의 간장으로 소스를 만드는데 설탕은 넣지 않아요.
레몬에도 당이 있고 파프리카와 당근도 달달하니까요.
레몬을 반으로 갈라 즙을 짜냅니다.
-레몬 향이 너무 좋아서 탄산수 넣고 에이드 만들어 먹음-
소스에 스테비아나 알룰로스 같은 대체당을 넣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저희 집은 대체당 없이 요리하고 있어요. 곡물과 채소에 있는 탄수화물과 복합당으로 당분을 섭취합니다.
설탕 없는 집밥을 먹은지 오래 되다 보니 달달한 반찬이나 음식이 느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구요.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저당으로 먹는 건 아니지만 -족발도 시켜 먹고 햄버거도 시켜 먹음- 산뜻하게 먹는 요리에는 설탕을 넣지 않아요.
레몬의 향과 산미는 휘발성이 있는 거 같아요. 즙을 짜서 바로 먹으면 신선한 향과 맛이 잘 느껴지는데, 드레싱을 만들어 냉장보관했다 꺼내면 맛의 강도가 약해져있더라구요. 그래서 가벼운 레몬즙에 식초를 약간 넣어 무거운 산미를 더합니다.
저염간장도 아주 조금, 쪼록 넣어요. 간장은 안 넣어도 되긴 하는데, 첨가하면 맛을 끌어올려줍니다.
마지막으로 겨자를 넣어 매운맛을 조절합니다.
당뇨와 고혈압이 있으면 단맛, 짠맛을 멀리하게 되잖아요. 대신 너무 심심하면 먹는 재미가 없으니까 다른 맛을 강조하게 돼요. 신맛, 쓴맛, 매운맛, 고소한 맛을 살리면 음식이 심심하지 않아요.
해파리 냉채는 레몬의 상큼한 신맛과 겨자의 톡 쏘는 매운맛을 강조해서 만들어요.
이제 불려놓은 해파리를 살짝 데칠 거예요. 뜨거운 물을 해파리에 부어줍니다.
그러면 해파리들이 오그라드는 게 보여요. 데친 해파리를 건지고 쿰쿰한 냄새가 없으면 성공.
데친 해파리에 밑간을 해줄 건데요, 소금 간 말고 식초간이예요.
마늘, 식초와 맛술, 물을 넣고 조물조물합니다.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불려두면 오그라들었던 해파리들이 탱글 해져있을 거예요.
회복탄력성 대단하네 감탄 한번 해주고 밑간 한 해파리를 꽉 짜서 물기를 빼줍니다.
볼에 해파리를 담고 준비한 재료를 투하.
겨자소스를 부어 조물조물해줍니다. 당뇨인을 위한 해파리냉채가 완성됐어요.
엄마는 제가 만든 해파리냉채가 제일 맛있으시대요.
앞으로도 계속 네가 만들어라 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식으로 식사대신 드실 거라면 맛살을 넣어도 괜찮아요.
저는 맛살 넣고 밥대신 먹었습니다.
당뇨인을 위한 요리를 만들다 보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겠는데 싶을 때가 있어요.
물론 저는 당뇨인을 위한 요리와 비당뇨인을 위한 기름기고 느끼한 음식을 함께 먹고 있지만
엄마를 위한 요리들을 하면서 제 살도 한번 빼보려구요.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평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