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과 라인 사태', 디지털 주권의 횡포
미디어비평 FNO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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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인 '틱톡'을 미국 기업에 강제로 매각토록하는 골자의 법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데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법안을 승인함에 따라 틱톡은 미국에서의 사업권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지난 7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해당 법안에 대해 "모호한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인들이 누려야 할 헌법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사유재산의 불법적인 탈취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장기적으로 연방 대법원의 판결까지 항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 의회나 행정부가 틱톡에 대해서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던 것은 금명간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에 의해 심사되는데, CFIUS는 외국인의 투자를 차단하거나 소유권 변경을 강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트럼프 행정부에서부터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검토와 협상이 존재했던 것이 본 사건의 배경이다. 상기된 CFIUS를 통한 해결책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2020년 6월에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발동해 틱톡의 운영을 정지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미법원은 해당 시도가 '독단적이며 변덕스럽고, 용납될 수 없는 시도'로 판단하며 일단락됐던 바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불법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일명 '틱톡금지법' 역시 정상적인 형태의 입법이 아닌 것이 문제점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24일 서명된 외국 군사 지원 법안의 일부로 통과됐다. 적절한 카테고리도 아니며, 적절한 조치로 인정될 만한 여지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정책의 전문가인 다트머스대학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미국 경제 역사상 단일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회가 금지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라며 의회가 단일 기업을 겨냥한 법안을 발의한 사례는 아직 없었고,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언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바이트댄스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과 다르게 법안과 미국 정부가 주장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며, 수정헌법 제1조인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태평양을 건너서 일본에서도 'SNS 탈취'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탈취의 대상이 국내 기업인 네이버다. 최근 일본 정부는 지난해 발생했던 '라인야후(이하 라인)' 해킹 사태를 빌미로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다. 라인의 대주주는 64.5% 지분을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는데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한 강요를 넘어서, 라인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시도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라인은 이사회에서 신중호 CPO(최고제품책임자)를 배제했다고 발표했는데 신중호 CPO는 2011년 네이버가 라인을 출시할 때부터 서비스 기획과 개발을 도맡았던 인물로 소프트뱅크와의 공동경영이 시작된 2019년 이래로 네이버 측을 대표한 인물이다. 신 CPO의 배제와 동시에 라인 CEO인 이데자와 다케시는 "우리들의 요청을 말씀드리면, 소프트뱅크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형태로의 변경이 대전제이다"라며 구체적으로 네이버의 지분 포기를 겨냥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은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정부와 라인 측의 실질적인 탈취 시도에 대해 속수무책이다. 라인의 개발과 성장에 투입된 기술력과 자본은 네이버에서 나왔다. 전 세계 사용자 2억 명에 달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한 사업을 타 국가의 압박에 의해서 빼앗기는 일이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자행되기 직전이다.
미국과 일본 정부 모두 틱톡과 라인을 상대로 '국가적 권력의 횡포'를 보이면서 '디지털 주권'을 주창하고 있다. 틱톡이 개인정보를 비롯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고 반출할 수 있고,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 라인에서 일어났던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관리 소홀 문제를 제기하며 미국의 사례처럼 해외 기업의 지분과 경영권에 개입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이라는 미명 아래 미국과 일본의 기업 탈취 행위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디지털 주권 위협'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알고리즘 매각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수출통제법'을 제정하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고, 바이트댄스 역시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타개책을 찾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