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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Oct 15. 2020

행운

엄마는 행운아.

 어김없이 별이에게 잔소리를 퍼붓다 정신이 퍼뜩 든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하기 민망해졌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진심을 건네었다.

  "별이는 엄마의 딸이라서 참 힘들겠어."

 그러자 별이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엄마는 내 엄마라서 참 힘들겠어. "

 나도 같이 웃었다.

 

 어제 아침에도 전날 별이의 말을 꼬치꼬치 따진 나 자신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하고 그런 나를 늘 받아주는 별이가 무척 고마웠다.

 "엄마가 별이의 엄마여서 정말 행운이야."

 그러자 별이는 나에게 물었다.

 "왜에?"

 "별이는 뭘 해도 귀엽거든. 웃어도 귀엽고 화내도 귀엽고 울어도 귀엽고. 이렇게 다 귀여운 아이는 없거든. 정말 이상해."

 등원 준비에 정신이 없던 나는 별이의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유치원을 다녀온 오후 바람이 세차지만 집으로 바로 돌아오기 아쉬웠던 우리는 함께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별이가 갑자기 말을 시작했다.

 "곤충을 좋아하는 여자애는 잘 없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행운아지."

 나는 웃음이 났다. 요 귀여운 꼬맹이, 아침에 내가 한 말이 생각났던 걸까. 나름대로 왜 그런지 생각해본 모양이다. 이러니까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지.


 오늘도 나는 별이 덕분에 또 웃었다.


별아, 왜 굳이 이렇게 먹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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