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
주말에 제주도에 가서 투명 카약을 탔다. 정신없는 와중에 사진을 찍어가더니 카약 체험을 마치자마자 직원은 우리가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도 너무 잘 나왔고 여행 추억인데 사진 가져가세요~"라고 술술 말했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 그럴까?'하고 사진값을 지불했다.
며칠 전 업무 중에 있었던 일이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 구매 계약을 미준수 시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부드럽게 글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위약금'이라는 듣기만 해도 심장이 철렁하는 단어를 어떤 수로 부드럽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 표현은 눈에 크게 띄어서 거부감이 들어선 안되나, 슬쩍 짚고 넘어가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에 면책 도구로 쓰이는 정도의 목적이다.
인터넷에서 tmi라는 유머가 유행이다. 이명박의 생일, 결혼, 대통령 당선 12월 19일이며 쇼트트랙 선수 출신 김동성의 팬클럽명은 이구동성이고 생일도 2월 9일이라는 등 나와 전혀 관계없는 정보지만 유쾌한 임팩트로 머리에 영원히 각인되어버린 정보들. 반면 정작 외워야 할 것들은 잘 안 외워진다.
직업상 UX를 접하면서―차마 공부라고는 말 못 하겠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수많은 착각을 하고 실수를 범하는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여기는 신념은 나의 의식 세계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고, 나의 선택의 대부분은 외부에 의해 설계 된 대로 수행된다니 세상이 무섭기도 하다.
어쨌든 오늘도 마케팅팀과 여기저기서 요구하는 각자의 넛지들로 너덜너덜해진 웹페이지를 뜯어고쳐야 한다. 나의 넛지는 쿡쿡 쑤셔대는 통에 성가신 존재가 아닌 기분 좋게 마주하는 귀여운 아이디어일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해 잘 살펴봐야겠다.
서브 미션 대신 읽었던 『넨도의 문제연구소』도 넛지에서 다룬 사람의 심리와 연관되거나 아이디어 내는 방식에 도움이 되었고, 표지에 코끼리 그림을 보니 프레이밍에 관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연이어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