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르테나 Mar 08. 2017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

공감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글이라면...

 독서토론과 논술을 가르치다 보면, 참 기발한 아이들의 생각을 접할 때가 있다. 너무나 재미난 상상력이 나를 그 아이의 세계로 단번에 이끌기도 하고, 그칠 줄 모르는 상상력이 계속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아이들의 생각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아이들이 정말 저 의미를 알고 쓴 것일까? 놀라워서,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이들은 자기 수준에서, 통찰을 발휘하여 나름의 생각을 정리한 것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라고 해서,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선입관이었다. 생각이 깊은 아이들은 나름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나가고 있으니, 자신의 생각을 인생의 의미나 세상의 원리로 확장시킬 순 없다 하더라도, 경험 속에서 진실을 파악하는 작은 통찰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나는 부모들에게 표현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재미난 생각과 의미 있는 말들을 통역서비스 해 주기도 했다. 그럼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해 냈냐며 깜짝 놀란다. 어쩌면, 부모들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없이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다 보니, 오히려 세상에 각종 문제점들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논술교사가, 아이들의 생각과 성격을 더 잘 파악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아이들의 놀라운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놀라워 하기는 커녕, 아이의 생각과 글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부모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놀라운 생각을 그저 엉뚱한 생각으로만 치부하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들이 무척 많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아이들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여겨보지 않거나, 무시하게 되면, 아이의 놀라움은 발견되지 않는다. 난 그러한 부모들에게 이 생각이, 이 글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알려야 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좋은 글이 어떤 글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째, 좋은 글은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한 글이다!

매우 주관적일 수도 있고, 포괄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에 마음이라는 것이 매우 다양한데, 그 다양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라면, 어떻게 훌륭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고, 생각도 매우 다양하겠지만, 일단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면, 당연히 진솔하고 간절함이 느껴지는 글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내가 강조하는 첫 번째! 글 잘 쓰는 요령은, 솔직하게 쓰라는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 중에, 글쓰기를 좀 한다는 Y라는 여학생이 있었다. 친구들하고 유난히 살갑고, 어른들이 볼 때는 모범생이며, 나름 체계화된 글을 쓰는 아이였다. 하지만 글이 너무 뻔~했다! 그래서 자신도 글쓰기가 재미가 없었고, 객관적 주제의 글은 잘 쓰면서도 주관적 주제의 글은, 영~ 쓰기 힘들어했다. 한마디로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도덕적인 글쓰기만 해오면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글을 나름 좀 쓴다는 학생 중에는 이런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렇게 굳어진 생각을 어떻게 깨고, 발전시켜야 할지 몰라 나도 처음엔 난감했다. 하지만, 솔직한 자신을 표현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Y는 조금씩 바뀌어 갔다. 먼저, 나는 그 아이가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개인적인 생각을 밝혀야 하는 주관적 주제를 만났을 때 더욱 그랬다. 도덕적 관점이 아니라, 진짜 자기 마음속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도덕적 관점에서 다시 비교해서, 자신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절충안을 선택하도록 했고, 그것을 중심 생각으로 만들게 했다. Y는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고,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게 쉽지 않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자신의 생각과 도덕적 관점을 조화시킨 독특한 자신만의 주제를 훌륭하게 만들어 냈다. 그래서 친구에 대한 고민을 글로 자세히 쓸 수 있었고, 자신이 친구들을 가식적으로 대했던 경험을 솔직하게 써내면서, 모둠 친구들로부터 공감하는 진심 어린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후로 Y는 글쓰기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뻔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었고, 스스로도 글쓰기를 어려워하면서도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Y의 경우에서 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힘든 고민 속에, 자신을 들여다보고, 이기적인 마음과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이며,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었으나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 속에서 공감을 찾아내는 것이고, 재미를 주는 것이며, 감동과 정서적 울림을 주는 것이다. 이런 정서적 울림은, 힘든 인생에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수십 년을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바꾸게도 하고, 사회를 보는 관점을 깨닫게도 하며, 많은 잘못된 것들을 비판하며, 고치는 변화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이며, 가장 필요한 글이고, 가장 쓰기 힘든 글이다. 그러니 좋은 글이란 당연히, 사람에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다!  

 

째, 좋은 글은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체계적인 글이다.

우리는 글을 통해 많은 생각을 만나고, 좋은 것들을 배우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즐거움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좋은 것들을, 정돈되지 않은 어휘와 혼란스러운 형식 속에서 만날 때면, 사람들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쓴 사람의 의도와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글은 내용이 아무리 신선하고 기발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글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생각(주제)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 잘 이해하고,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글이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주제에 대한 이해력과 판단력, 그리고 생각의 체계를 구성할 수 있는 논리력과,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표현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갖추어야 쓰는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글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좋은 글을 쓰기가 정말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째, 좋은 글은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신선한 글이다!

몇 년 전,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개구쟁이 K라는 남학생이 있었다. 부모님은 논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셔서 아이에게 어릴 때부터 논술 수업을 시키셨는데, K는 책에 관심도 없고, 글쓰기는 더더욱 하기 싫어했다. 간혹 수업을 빼먹고 싶어 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성격이 좋아서 수업에 오면, 친구들과 농담하며 즐겁게 수업을 하는 모습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남학생이었다. 어느 날,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했는데, 그 아이가 논술교사인, '나'에 대한 글을 썼다! 논술 수업을 좋아하지 않은 아이가 말이다... 쩝...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은 논술 선생님이다! 책도 깊이 있게 읽게 해 주고, 글도 조금은 실력이 는 것 같고... 조금은 행동이 느린 내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순발력도 커졌고, 선생님 덕분에 겸손해졌다

 12줄 정도 되는 매우 단순한 글이었는데, 발표를 시켰더니, 수업하는 모둠 아이들이 박장대소하며 웃느라 모두 쓰러졌다. ( 난 소리 내서 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ㅜ.ㅜ)

물론, K는 앞부분의 내용보다 뒷부분의 내용을 매우 자세히 썼다! 자신의 순발력이 자란 것은, 논술교사인 내가, 학생들이 집중을 못 할 때마다 손을 꽉! 쥐거나 어깨를 꽉! 주물러 주는데, 그것을 피하려다 보니 순발력이 빨라졌고, 여자 선생님들은 다들 착하고 힘이 없는 줄 알았는데, 책을 안 읽어 오면 칼같이 벌을 세우는 걸 보니 무서운 여자 선생님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으며, 자기한테 팔씨름을 이기는 논술 선생님을 보고, 모든 여자 선생님들이 다들 약한 건 아닌 걸 알아서 겸손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 1,2년 전, K가 어릴 때, 팔씨름을 핑계로 내게 도전을 해서, 안간힘을 다해 팔씨름을 이겼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뒤로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 )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쓰라고 했더니, K는 관점을 비틀어서 논술교사인 나를 풍자하는 글을 썼던 것이다! 논제를 묘하게 비틀어, 다른 아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풍자의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나름, 나에게 눌려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던 모둠 아이들 모두에게 공감의 재미를 선사한 것이다. 난 공개적으로 K를 크게 칭찬했다. 칭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순한 글이어서 형식도 단순하게 체계적으로 잘 전달되었고, 아이들을 웃겼으니 마음을 움직였으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으니 신선했다! 그리고 이 글이 왜 재밌는지를 분석해 줬다! 나에게 억눌려 있는 감정을 풍자라는 개념으로 비틀어 표현한 것며, 풍자의 효과와 방법까지, 코미디 프로그램의 재미와 연결시켜 설명하니, 아이들이 모두 잘 이해했다. 그 뒤로 K는 글 쓰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렇게 쓰기 싫어하던 아이가 글쓰기가 재밌어졌다고 했다!


발전은 변화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 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다양성일 것이다! 한 가지만 바르고, 그 밖에 것들이 모두 바르지 않다면 변화와 발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향한 다양한 관점과 생각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신선한 시각이라 부른다. 그런 신선한 시각, 관점이 존재했을 때, 우리는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생각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창의력이 샘솟는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관점과 다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신선한 글은 매우 창의적이고, 좋은 글이다!


지금까지 좋은 글의 3가지 성격을 살펴보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한 글,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체계적인 글, 다양한 가치와 관점을 생각하게 만드는 신선한 글.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측면을 설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제와 형식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듯이, 좋은 글에는 이 세 가지 성격이 함께 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렇게 복합적인 사고력과 다양한 능력을 동원해야, 완성도 높은 글을 써낼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항상 쓸 때마다 고민하고, 헤매면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생각으로 고치기를 반복한다. 생각해보면, 노벨 문학상을 탔던 헤밍웨이도 <노인과 바다>를 400번 이상 손봤다고 하지 않는가? 좋은 글은 여러 번의 퇴고와 수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 모두 실망하지 말자!!!



<논술 글쓰기 비결> 매거진은 1번 글부터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

이전 02화 <논술 글쓰기 비결> 논리적 생각 설계를 위한 매거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