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서 말했다시피, 쓰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글은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 ( 앞 글 <글의 종류와 갈래> 참고) 문학적 창작글, 객관적 사실 전달의 글, 생각과 주장 전달의 글, 감상글! 문학적 창작글은 전문적인 작가의 영역이니 여기서는 제외하겠다. 감상글은 자유로운 형식으로 쓸 수 있는 글이니 굳이 다룰 필요가 없을 듯하다. <논술 글쓰기 비결>에서 다뤄지는 글은 주로 객관적 사실 전달의 글과, 생각과 주장 전달의 글이 될 것이다. 두 유형의 글은, 간결한 문체를 가지고, 논리적 방법과 형식을 사용해서, 객관적 설명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거나 설득시켜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결국, 두 종류의 글은 목적이 다를 뿐, 글의 성격이나 형식에서는 매우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위한 준비 과정 또한 비슷하다.
자! 그럼 이제 글을 쓰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보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쓰고 싶은 지를 정해야 한다. 주제 자체가 정확히 서 있지 않더라도 쓰고 싶은 내용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쓰고 싶은 생각의 방향을 낙서하듯이 써 보는 것도 좋다. 만일, 각종 입사(입학) 시험에서 제시된 논술 주제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 것이라면, 자료를 모으기 전에, 논제에 대한 파악이 우선 되어야 한다. 시험 출제자 입장에서 이 논제를 왜 냈을까? 내게 묻고 싶은 게 뭘까? 내게서 보고 싶은 능력이 뭘까를 생각해 보고, 그에 합당한 글의 방향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그다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적 근거 자료와 생각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 모으면 된다.
시험이 아닌, 일반적인 사실과 주장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경우엔, 대부분 자료 준비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검색할 수도 있고, 핵심 인물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현장 조사나 관찰 조사가 필요할 경우엔 할 수도 있으며, 각종 논문이나 통계자료, 백과사전 등의 관련 문서들을 살펴보는 등에 충분한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 자료를 확보할 때 중요한 점은 자료의 확실성이다. 특히 인터넷 검색의 경우 허위 자료는 아닌지, 명백한 사실을 쓴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쓴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사실의 믿을만한 자료라고 판단되면 출처까지 적어 둬야 한다. 또, 자신의 생각을 되도록 다양한 방향으로 펼쳐보며 글에 담을 생각의 내용들을 정리해 볼 필요도 있다. 단순히 1번, 2번 번호를 붙여 정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생각이 순조롭게 잘 날 때고, 만일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마인드 맵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가운데에 써야 할 큰 주제를 놓고, 하나씩 떠오르는 생각들에 가지를 뻗어내며 생각을 확장시켜 가다 보면,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기 쉽다. 이 방법은 생각을 떠 올릴 때도 좋지만, 나중에 자료를 정리하고 근거를 선택해야 할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을 모은 다음에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의 중심 주제를 정해야 한다. 중심이 되는 생각(주제)을 정할 때는, 누구나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가주제로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참주제로 정해야 한다. 여기서 가주제란 일반적 개념의 명제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고, 참주제는 일반적 명제에 자신의 관점과 생각이 들어간 구체적 명제를 말한다. 위의 마인드 맵 주제를 예로 들자면, '원자력 발전소 건립에 반대한다'는 일반적인 명제의 가주제이지만, '원자력 발전은 안정적 관리에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발전소 건립에 반대한다'는 참주제가 된다.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할수록 글의 내용과 설명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
구체적인 주제를 정하고 나면, 자신이 모은 자료들 중에 내가 글에 쓸 자료들을 선택해야 한다. 글에 길이가 한정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서 알맞게 구성할 수 있는 분량의 근거 개수를 정하고(대부분 2~5개 정도), 그 개수에 맞게 자료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근거 자료는 확실한 출처와 꼭 필요한 내용이어야 하며,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아무리 확실하고 좋은 자료라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설명에 무리가 생길만한 자료라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명이 부족한 글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도, 설득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확실한 자료만을 선택해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짜는 것은, 글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짧은 글일 경우 단순한 개요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지켜야 할 조건이 많이 들어가 있는 글이거나, 설명해야 될 내용이 많은 복잡한 글일수록 개요는 반드시 필요하다. 개요를 짜면, 논리적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설명해야 될 내용을 빠뜨리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초보자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단계가 개요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글의 개요 짜기는 처음, 가운데, 끝(주장하는 글에서는 서론, 본론, 결론) 부분으로 나누어 주로 3단 구성을 한다. 비율은 처음, 가운데, 끝 부분이 1:3:1 정도가 좋다. 제일 먼저 중심 생각(주제)을 어디에 두고 설명할 것인지부터 결정하고, 그다음을 생각해 나가면 되는데, 중심 생각을 글 맨 끝 결론에만 보일 것인지, 아니면 글 앞부분에 알리고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글의 마지막 마무리에는 항상 중심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심 생각을 어떻게 할지를 정했으면, 중심 생각을 위한 나머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글의 끝(중심 생각) → 가운데(근거 설명) → 처음(글에 대한 호기심 유발) 순서로 개요를 짜게 된다. 개요를 짠 후에는 생각이 논리적으로 잘 흘러가는 지를 다시, 처음 → 가운데 → 끝 순서로 살펴봐야 한다.
개요 점검이 끝났으면, 이제 글을 쓰면 된다. 쓸 때는 글이 매끄럽게 연결은 되는지, 단락과 단락 나누기는 잘 되는지, 개요 짠 흐름대로 잘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써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글쓰기 훈련, 또는 개요 짜기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 글이 개요대로 나가지 않는 경우들이 생긴다. 아이들 표현에 따르면, 그냥 손이 움직이는 대로 썼다고 하기도 해서, 난 머리가 손에 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논리적 사고력이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손을 조절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만일 개요대로 글을 써 나가지 못한다면 글을 고쳐야 한다. 개요대로 써내지 못한 글은 흐름이 꼬이기 쉽다. 반대로, 처음에 구성했던 개요보다 더 좋은 근거가 생각났다면, 개요를 고치면 된다. 다만, 고치기 전에 어떤 근거가 더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글을 다 쓴 후에는 반드시 검토하고 글을 고치는 퇴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의 구성이 알맞게 이루어져 있는 지도 살피고, 단락의 흐름이 잘 연결되는지,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 호응에 맞춰 잘 썼는지,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살펴보며 검토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잠시 다른 일을 하고 나서 글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한 참 글에 빠져 있을 때는, 자신이 쓴 글이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차 한잔을 하거나, 산책을 다녀와서 보면, 글에 잘못된 부분이 더 잘 보일 것이다.
대부분의 글을 쓰기 위해선, 이 6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전에 썼던 글보다는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파이팅!!!
<논술 글쓰기 비결> 매거진은 1번 글부터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