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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Apr 29. 2017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전파하는 예능 다큐 <한끼줍쇼>

JTBC <한끼줍쇼>를 좋아하는 이유!

최근 들어 종종 챙겨 보는 예능 중 하나가 <한끼줍쇼>이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을 때, '뭐, 저게 재미있을까? 이경규 강호동이면, 아무 집에나 벨 눌러도 밥 한 끼 정도야 그냥 쉽게 먹을 수 있겠지 뭐...' 하는 생각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한끼줍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온 국민이 다 아는 두 국민 MC가 다리품을 팔아 이 집 저 집 벨을 누르고 눌러도, 사람들은 자기 집을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또, 바쁜 도시 생활을 대변해 주듯, 사람들이 직장에서 귀가하지 않아, 불 켜진 집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간신히 불빛을 찾아 벨을 눌러도, 집이 지저분해서, 먹을 게 없어서, 가족끼리 외식을 하러 나가야 돼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두 국민 MC가 청하는 밥 한 끼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평범한 가족의 저녁식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는 기획의도처럼, 쉽게 허락되지 않는 저녁 식사 풍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의 사회적 정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으며, 혼술과 혼밥이 트렌드화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같이 살고 있더라도 저녁밥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 여유도 없이, 피해를 주고 싶지도, 받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일반화된 시대에, 낯선 사람에게 선뜻 문을 열어주고, 자신의 개인사를 전국에 공개하며 방송에 출연할 집을 찾는다는 것은, 아무리 국민 MC라 해도 만만치 않은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힘들게 돌아다니며 만나는 가족들은, 지금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일하는 아들 딸을 대신해서 손주들을 돌보며 대충 끼니를 때우거나, 혼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끼니를 거르기 일 수인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나 보육의 문제가 비치기도 하고, 회식이나 야근으로 늦게 귀가하는 아빠와 바쁜 시간 쪼개 운동하러 가는 엄마, 학원 다니느라 저녁시간을 맞출 수 없는 자식들이 각자 저녁밥을 먹는 경우들도 있어서 소통이 단절되어가는 가족 간 소외의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고향을 떠나 단칸 자취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의 모습에선 청년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아들이 유학 가서 만난 외국인 며느리와 함께 사는 다국적 가족의 모습에선 우리 사회가 조금씩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흔치 않지만 3대가 한 집에 모여 사는 대가족의 모습이 보일 때면, 전통적 가족제도의 장점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 모두가 현재 대한민국 서울에 살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이므로 재미있으면서도 사회적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한끼줍쇼>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동네별로 다르게 펼쳐지는 골목길 풍경이다. 일부 비판적인 사람들은 빈부의 격차를 그대로 드러낸다며 공격하기도 하지만, 골목길 풍경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서울의 다양한 모습일 뿐이다. 그 각양각색의 골목길 안엔 부자도 있고, 가난한 사람도 있으며, 건강한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한 삶의 풍경이 바로 오늘날 서울의 모습이므로, 지금 그대로의 서울을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서울은, 한쪽에선 고층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선 재개발 추진으로 사람들이 떠나 폐허 같은 도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 다양한 도시 모습은, 마치 혼돈의 가치 속에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듯도 하고, 20세기 내내 성장의 고통 속에 아깝게 스쳐 지나가버린 추억의 풍경을 보는 듯도 해서, 아련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찾아다니는 동네들 속엔,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함께 마주 보고 있는 골목길이 있는 가 하면, 삐죽한 쇠창살이 꽂힌 높은 담벼락과 계단 위에 대문이 있는 70년대 부잣집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동네는, 나지막한 담장에 나무와 꽃들로 가꿔진 이국적인 정원의 집들이 널찍하게 있기도 하지만, 다른 동네엔,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작은 집들이 비좁게 붙어 있는 경우들도 있다. 또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 골목에서만 볼 수 있는 햇빛 아래 놓여 있는 장독대와 담장 위에서 짖는 개들, 작은 화단이나 화분에 심어 놓은 고추와 깻잎과 파 등의 식재료들의 풍경은 익숙한 정겨움을 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한 달에 한 번 대문을 열어 정원 꽃밭을 공개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다녀온 세계의 풍경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담벼락에 사진들을 전시해 놓는 골목길 풍경도 인상적이다. <한끼줍쇼> 속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삶이 보이는 골목길 풍경은, 그곳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에 아련한 정서를 떠올리게 하고, 그곳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듯한, 작은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정서적 공감의 장소가 되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한끼줍쇼>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풍경을 제법 잘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예능 다큐로서 <한끼줍쇼>의 진정한 묘미는, 평범한 가정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 속에서, 우리 삶의 일상적인 행복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있다. 개인주의가 일반화되어버린 사회에서, 밥 한 끼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우리가 잊고 있던 가족의 따뜻함과 사람의 정을 나누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시청자 스스로가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하는 부부를 대신해서 손주들을 돌보는 할머니는 김치가 맛있다고 칭찬하는 강호동의 말에 자신이 키워서 직접 담근 것이니 싸가라며 선뜻 내어 주시고, 먼저 떠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혼자 있던 할머니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배우가 방송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선뜻 문을 열고 한 끼 식사를 마련해주시기도 한다. 장성한 아들이 선물한 꽃다발 사진을 핸드폰 속에 고이 간직해 놓고, 아들이 쓴 시를 부끄러운 듯 자랑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증손자까지 4대가 한 집에 사는 대가족의 화기애애한 모습들, 알콩달콩 연애담과 서운한 감정을 솔직히 고백하는 젊은 부부의 진솔한 모습은 드라마 못지않은 따뜻함과 행복감,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가족의 소소한 행복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들은 한결같이 먹을 게 변변치 않다면서도, 고기를 굽고, 새로 국을 끓이고, 갖은 밑반찬들을 꺼내 깨끗한 그릇에 담으며, 오늘 하루, 식구가 되어 주는 MC와 게스트를 정성껏 맞이한다. 이러한 가족의 따뜻한 집밥에 감동한 게스트들은 자기도 모르게 외할머니 집에 가서 맛본 김치와, 어머니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어느새 게스트와 가족들은 마음을 터 놓고 공감하는 식구가 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어쩌면, <한끼줍쇼>는 애초의 제작진이 의도했던 '오늘 우리의 모습을 살펴본다'는 기획의도를 뛰어넘어, 우리 삶에 의미를 되새겨보고, 잊고 있던 사람에 대한 그림움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전파하는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삭막할수록, 사람들은 옛 시절에 대한 그림움을 갖는다고 한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이웃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가는 지금,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은 잊고 있던 밥 한 끼의 정성과, 따뜻한 가족애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인지를 우리 스스로가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식사하시는 할머니 댁에서 <한끼줍쇼>를 촬영했던, 배우 김희원이 에필로그에서 밝힌 나지막한 소감은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 아까 계속...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어머니랑 밥을 좀 먹어야 되겠다.
바쁘다 보니까
항상 식사를 같이 못할 때가 많은데,
식사를 좀 같이 해야 되겠다.
...
그 생각이 좀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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