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논술교사 하는 법 4
몇 년 전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는 화두가 있다. 바로 '자기주도 학습'이다. 자기주도 학습이란, 학생 스스로 공부에 필요성을 느끼고 주체가 되어 계획하고 목표를 정해 실천하는 공부 방법, 또는 태도를 말한다. 이것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보이는 학습의 특징으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기 때문에 공부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학습효과도 높다고 한다.
미국 평생 교육학자 말콤 놀즈(Malcolm Knowles)는, 1968년 발표한 <아동교육이 아닌 성인교육(Andragogy, not pedagogy)>이라는 글에서 성인교육은 자기주도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다.
그의 주장 이후, 5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사회생활하는 성인에게 자기주도성은, 교육적 측면뿐 아니라, 업무 실행 능력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태도로 주목받고 있다.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감을 갖기 때문에, 스스로를 성찰하고 단련하며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럼 당연히 업무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그때, 개인적으로는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이 높아지게 되고, 그러한 개인이 많을수록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난, 취약하던 업무의 한 부분을 주도적으로 분석하고 도전해서 나의 장점으로 바꾼 경험이 있다. 그것은 영업에 관한 업무였다.
논술교사를 처음 시작하던 신입 때, 가장 듣기 싫었던 교육이 매출과 영업에 대한 교육이었다. 논술교사는 아이들 잘 가르치고, 학부모들과 상담만 신경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 일은 40% 정도는 교육 영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두려웠다. 하지만 신입인지라 시키는 대로 해보기도 하고, 영 내키지 않아, 어느 순간에는 하는 척만 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수업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이 쌓이게 되면서 자연스레 필요성이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수업을 권하고, 책을 권유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그것이 한두 건씩, 계약으로 이루어지면서 영업이 잘 되면, 보너스가 생기는 것 같아 좋기도 했다.
그래서, ' 교사로서 품위는 지켜야 한다!'는 철칙을 세우고, 아무 책이나 권하지 않고, '꼭! 필요한 책만! 이 수업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권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교육 영업을 조금씩 해 보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좋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권했고, 수업이 효과적으로 도움이 될 아이들에게 권했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재미를 주면서, '어? 되네?'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내게 부족한 영업력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내가 영업력에 있어서 약한 근본 원인은, 책에 대한 연구 부족과 그에 따른 자신감 부족이었다. 그래서 책에 대해 먼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다른 책들과 비교 상담도 가능해졌고, 아이들 학습 단계별 독서 상담도 가능해졌다. 당연히 아이들 수업 상담 시 이 부분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다. 특히 수업과 연계가 되어 있는 책들은 어머님들께서 먼저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셨다. 그러다, 프로모션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 어머님께 기회라는 것을 어필하는 방법으로 영업실적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하기 싫어하던 영업을, 이제는 스스로 아이디어도 내고, 후배들에게 책의 장단점을 비교설명까지 해주며 영업 방법을 주도적으로 알려주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니, 영업에 대한 심적 부담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월급에도 많은 영향이 생겼다. 또한, 아이들의 부족한 독서에 대한 상담까지 가능해지는 부가적 능력도 생겼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영업을 주도적으로 분석하고 계획해 가면서 취약하던 나의 영업력은 어느새 나의 강점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또, 나는 입사하고 꼭 1년이 되던 달부터 신입교사를 교육하는 리더 역할을 맡게 되었었다. 수업에 대한 핵심가치와 수업 형식, 독서토론을 이끄는 노하우를 전수하며 많은 교사들과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점장님이나 팀장님 같은 관리자들과 신입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해서, 그리고 지점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고, 양쪽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앞 글 <선배, 동료와 함께 공감하고 나누어라> 편에서 언급했듯이, 이 모든 일은 친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상의하고, 함께 진행했다. 우리는 지점에 도움이 될만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기도 하고, 또 교사로서 원하는 것들을 지점장과 팀장에게 요구하기도 하면서 교사들의 의견을 주도적으로 대변하는 입장이 되었다. 업무적인 문제도 서로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방법들을 생각해 내서 무사히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교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물어보기 시작했고, 관리자들 또한 우리 같은 중고참 교사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며, 함께 지점 문제를 상의하고 운영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우리들은 관리자들의 지시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조직원이 아니라 우리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원하는 조직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된 것이다. 우리가 팀에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며 공을 들인 시간만큼, 팀에 대한 애착도 커졌고, 팀 동료들과 분위기도 좋아서 우리는 더욱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업무 선택권(자기 주도성)이 다양하게 보장되어 있는 직장일수록, 직장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또한, 어떤 글에선, 직장인들이 이직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업무에 대한 자기 주도성을 잃어버렸을 때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업무에 있어서 자기 선택권, 또는 자기 주도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알려주는 예이다.
일은 어떤 일이든, 힘들다! 그 힘든 일을 누가 시키는 것만 해야 한다면, 얼마나 더 짜증 나고 지겨울까? 앞에 내 경험처럼, 자신이 스스로 업무에 목표를 세워, 계획하고 실천하며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실패를 하더라도 성공을 위한 경험이 되고,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스스로가 도전해서 만든 작은 성공의 경험은 큰 성공의 밑바탕이 되어 더 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조금 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업무에 대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에 도전해 보라! 아마도 주변의 시선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도 느끼는 놀랄만한 변화가 당신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