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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테나 Nov 23. 2016

자신과 고객, 모두 만족하는 업무 스타일을 만들어라!

행복하게 논술교사하는 법 3.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날이 있다!

아이들과 농담이나 잡담을 할 정도로 여유 있게 수업을 시작하겠구나 싶은 날도, 아이들 학교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5분, 10분, 어떨 때는 30분 까지, 단체로 지각하거나, 제대로 수업 시작을 해도, 아이들이 그날따라 책을 대충 읽어와서 엉뚱한 소리로 헤매는 경우도 있고, 또는 유난히 토론이 활성화되지 않거나 침묵의 행진을 하고 있으면, 질문과 잔소리가 많아져, 엄청난 신경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한다. 또는 요즘처럼 큰 정치적 이슈가 있어서 세상이 어수선하고, 참담한 분노가 치솟는 시기에는 아이들도 세상일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기 때문에, 실제 수업보다 많은 시간을 시국에 대한 이야기와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느라 수업이 너무 길어지기도 한다! (논술 수업은 질문과 토론이 주요 학습방법이라 아이들은 간혹 논술교사를 척척박사쯤으로 생각하고, 별걸 다 물어본다. ㅜ.ㅜ) 아무리 끊고, 원래의 수업으로 돌아오려 해도, 한 번 불붙은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촉박하게 다가온 뒷 수업 시간이 밀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나, 아이들이 글쓰기 싫어 토론으로 때우려고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일어서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화를 내면서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다른 교사들도 그렇겠지만, 난 수업 외적인 요소로 수업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토론과 피드백을 충실히 하다가 늦어지는 것은 괜찮다. ^^)

아이들이 오로지 수업에 집중해서 알차게 토론하고, 늘어난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내고,  피드백해 주면, 조금씩 글쓰기 실력도 늘 텐데... 정상 수업 과정대로 못하게 되면 뭔가 허투루 보낸 것 같아 찜찜하고, 뒷 수업이 늦어져서 자칫 하루 종일 수업이 꼬일까 봐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내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생각에만 빠져서 더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신경질이 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늦어져서 신경 쓰이는 게, 정말 뒷 시간에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일까? 아님, 내가 시간을 못 지켜서 다음 모둠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싫어서 일까? 시간을 조금 여유 있게 배치하면 나도 짜증이 덜 나지 않을까?


사교육을 하는 교사 입장에서 시간을 못 지킨다는 것은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내가 얼마나 알차게 수업하고, 얼마나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아이들의 부족한 점을 분석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긍정적인 발전을 이끌어 내느냐로 나의 능력이 결정되고, 그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스케줄 화하고 빠르게 이동하느냐에 따라 월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교육 교사라는 직업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스케줄과의 싸움이다. 스케줄을 얼마나 잘 짜서 얼마나 수업을 많이 잘 하느냐에 따라 월급에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다. 우린 시간이 곧 돈인 사람들이라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교사들은 정해진 시간을 못 채우게 수업을 하거나, 상담시간을 수업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늘어나는 수업시간을 공지하지 않고 1시간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경우들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인수인계받은 어떤 6학년 5명 모둠은 정규 수업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학부모와 아이들은 수업시간을 1시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비양심적인 교사의 행동을 아무도 몰랐다는 게 놀라웠고, 어이가 없었다. 그 아이들은 논술 글쓰기를 제대로 피드백받아 본 적도 없었고, 주제토론에 대한 글도 서너 줄이 대부분이었으며, 심지어 책을 반만 읽어오거나 대충 읽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것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안 읽고 오는 아이들은 벌을 세웠으며, 글을 쓰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며 2시간 수업을 강행했다. (마지막 모둠이라 가능했다.) 물론, 어머님들께는 일일이 전화해서 양해를 구했고, 아이들이 중학교 진학을 앞둔 6학년이라 어머님들께서도 나의 적극적인 태도를 좋아해 주셨다. 다만, 아이들은 나에게 질려서 처음엔 반항도 많이 하고, 수업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내 진심을 이해했고, 조금씩 수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집중력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쓰기 싫어서 수업시간이 늘어지는 게 아니라, 나중엔 토론이 깊어지고, 쓴 글에 대한 상호 피드백 시간이 길어져서 수업시간이 길어지곤 했다. ( 솔직히 교사도 힘들다! 다만, 아이들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이 악물고 하는 거다! ㅜ.ㅜ)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아이들과 기싸움에 시간싸움을 하며 열심히 수업을 한 덕분에, 내가 한창 수업 많이 할 때에 비해 회원수도 줄고, 월급도 줄었지만, 학부모의 지지도가 늘면서, 수업시간 조절에 주도권이 생기고, 쉬는 날을 하루 만들 정도로, 한편으로는 효율적인 수업 스케줄을 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전보다 짜증도 덜 나게 되면서, 회원수가 너무 많아 힘들어하며 돈을 조금 더 벌던 때보다, 논술교사로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좋아졌다. 토론도, 내가 원하는 만큼 깊이 있게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시간을 투자할수록, 책의 의미를 깨닫고, 생각을 넓혀가는 아이들을 보며 교사로서의 보람도 더욱 커지게 되었다. 아마도, 짧은 시간에 충족되지 않는 깊이 있는 수업에 대한 나의 갈증이 풀리면서 나 스스로가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시간이 많아졌고, 수업이 재미있으니 일이 즐거웠다. 하루 더 늘어 난 휴일은, 내 취미생활이나 사생활을 더욱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해주었고, 수업에 쏟아붓는 에너지를 편안히 채울 수 있게 해 주는 금쪽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때, 나는 내 기준대로,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내세우며, 자유롭게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충실히 준비 안 해 온다고 벌세우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안 그러니까 말이다.(물론, 나도 원치 않는 학부모의 아이는 혼내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제대로 교육하고자 하는 내 진심을 알아주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처음엔 반발이 심했지만, 차차 적응하면서 수업을 즐겁게 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 번은 책을 잘 안 읽는 6학년 남자 친구가 책을 3번 정도 제대로 안 읽어와서 벌을 20분 서게 되었다.(내 수업엔, 책을 제대로 안 읽어오면, 처음엔 5분, 두 번짼 10분, 세 번 짼 20분 벌을 서는 규칙이 있다) 축구를 하는 친구였는데, 허공에 오토바이 타는 자세를 취하게 하는 벌에, 땀까지 뻘뻘 흘리며 힘든 티를 팍팍 냈다.(그러면 내가 시간을 줄여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최대한 활기차게, 재미있게 진행해 갔다. 그런데 그 학생과 친한 남학생이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 선생님은 잔인하고 냉정해요! "

 " 뭐가?"

 " 쟤는 벌서고 있는데, 어떻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수업할 수 있어요?"

 " 맞아요!" 아이들이 동조했다.

친구랍시고 편들며 내게 도발하는 것인가? 훗! 귀여웠다. 그 말을 한 아이도 한 번 벌을 선 적이 있었으니 아마도 그 날 일이 남일 같지 않은 데다,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감정이 동화되었었나 보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쁜 것 같기도 했다.

" 야! 그럼 쟤 혼자 잘못한 일로, 내가 수업 시간 내내 인상 쓰면서 너희랑 무섭게 수업 진행해야 할까? 너희들은 책도 잘 읽어 오고, 수업 준비도 잘 해 왔는데, 내가 그렇게 해주는 게 좋아? 그럼 그렇게 해줘?"

부드러운 말투에서 점층적으로 무서운 어투로 톤을 바꿔가며, 인상까지 썼다. 감정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무섭게 수업할 수 있다는 면을 실감 나게 강조해 줬다!

 " ... 아!(끄덕끄덕)...  "

당황하면서도 이해하는 아이들 표정이라니... 크크

난 벌을 서는 아이에게도 읽은 부분까지는 질문을 던지며 수업에 동참시키기도 한다. 내가, 웃으면서도 규칙은 엄격하게 지킨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 뒤로 책을 더 열심히 읽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업에 더욱 집중했고, 나만의 규칙과 질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토론과 글쓰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히 아이들 실력은 늘었고, 관심 많은 학부모들이 먼저 눈치채기 시작하면서 나에 대한 입소문은 점점 탄탄해져 갔다.


솔직히,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난 질서를 중시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믿는, 고지식한 면이 있는 교사다. 그래서 학생은 학생으로서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사는 교사로서 실력과 태도를 분명하게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업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하려 하고, 다양한 관점을 풍성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시간 없이 쫓기는듯한 불안한 스타일은 맞지 않으며, 조금 적게 벌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서, 집중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업 스타일이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학부모가 나에게 돈을 지불하며 수업을 시키는 이유는 분명, 아이의 독서토론논술의 능력을 키워주길 원해서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만의 스타일로, 아이들 실력을 키울 수 있으면서도, 나 스스로가 재미있고 보람 있게 수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하나씩 내 수업에 규칙을 만들어 갔다. 이 일을 하는 동안, 고객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할 수 있는 방식과 질서를 찾은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은 교사마다 전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내 경험을 이야기 하긴 했지만, 다른 분들도 나처럼 강한 스타일의 교사가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쨌든, 수업에 핵심가치를 실현시켜 고객을 만족시키면서도, 자신이 편안히 리드해 갈 수 있는 수업 방법과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을 잘하기 위해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격과 스타일에 맞아야 오래도록 행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당신이 원하는 업무 스타일은 무엇인가? 고민해 보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자신만의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라! 그러면, 지금보다 조금 행복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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