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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Oct 11. 2016

작은 호수도시의 매력에 빠져 눌러앉은 곳

[인도/푸시카르]

                                                                                   

자이푸르에서 푸시카르는 바로 갈 수가 없어 아즈메르를 거쳐가야 한다.
방법은 기차와 버스가 있는데 우리는 버스를 탔다. 

자이푸르에서 아즈메르로 가는 공영버스는 5분에 한대씩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매를 할 필요가 없다.
공영 A/C 버스는 한 시간 반에 한대씩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다. 모든 버스에 에어컨이 달리지 않았다) 
새벽 5시를 첫차로 한 시간 반에 한 대씩 있는데 우리는 9시 30분 차를 타고 갔다.

우리가 탈 버스는 왼쪽에 있는 버스인데, 사람들이 버스에 같은 포즈로 기대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찍었다. 인도 사람들을 보면 '귀엽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행동이 너무 귀엽다. 그냥 서있는 건데도 왜 이렇게 귀여운 장면이 연출되는 거지? 신기하다.

우리가 탄 버스!
우리나라 버스와 내부는 비슷하고 슬리퍼(sleeper) 칸은 없었다.

두 시간 반쯤 걸려 도착했다. 같은 버스터미널에서 바로 푸쉬카르로 가는 로컬 버스를 탔다.
나중에 다음 도시로 이동할 때도 여기서 이동해야 한다. 
갈 때는 우리 둘 다 11루피를 받더니, 올 때는 동생은 12, 나는 여자라고 9루피를 받는다.
정말 매력 넘치는 나라다. 

로컬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이동한다. 산 같은 언덕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넘어가는데 이 일대가 사막이라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숨을 참아도 뚫려있는 콧구멍으로 모래가 들어온다 ㅠㅠ



버스 스탠드에 도착해서 걸어갈까 고민을 했다. 푸쉬카르가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동네라 버스 스탠드가 '읍내'에 있다. 약간 멀어도 걸어갈 수 있는 거리긴 하지만 처음이니 릭샤를 탔다. 
가까운 거 다 아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는 릭샤는 거들떠도 안 보고 흥정할만한 가격을 부르는 릭샤를 타고 이동. 미리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알아가야 흥정할 수 있다. 우리는 꼼꼼하게 준비해가진 않았지만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전에 기본적인 숙소, 이동거리, 음식, 명소 등은 대충이라도 체크해보고 갔다. 그 덕을 많이 봤지.



숙소는 문 라이트로 잡았다. 하루만 묵고 다른 숙소로 옮겼지만 깨끗하고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조용했다. 
일단 짐을 놓고 바자르(시장) 구경을 나갔다.


많이 화려하다.
델리의 빠하르간즈, 바라나시의 바자르와 함께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3대 바자르라는데, 별 특별한 건 없었다. 사실 이 시장을 보면서 관광객들이 많지 않을 땐 장사가 되긴 할까 걱정도 되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걸어다니 찍어달라고 한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기해서 그런가.
다음 인도 여행 때는 꼭 사진 출력기나 즉석카메라를 챙겨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럴 때 뽑아서 바로 선물을 하고 싶다.


요기를 하고 도시를 둘러봤다. 작지만 호수를 끼고 있어 참 예쁜 도시다. 정말 신기한 건 어느 나라를 가도 비둘기떼가 있다는 것.
얘네는 아무 데서나 잘 사나보다. 여행 중이라 그런지 비둘기 떼 마져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쳐 사진을 찍어... 다는 건 진심이 아닐 테고, 그냥 줄 맞춰 있는 게 신기해서 찍었다. 날아가지 않게 조심조심... 이 중 한 마리라도 펄럭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대참사.


반대편에서 본 푸쉬카르. 아기자기하고 시끄럽지 않고, 뭔가 아늑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다. 참 아름답다. 예쁜 도시다. 막상 도착하니 생각보다 많이 작고 볼거리도 많이 없어 왜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거쳐만 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는 1박만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3박 4일이나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우다이푸르에서 더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지만 여기서 의외로 오래 머물게 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다음날, 사비뜨리 사원에 올라갔다.
그나마 푸쉬카르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데 산꼭대기에 있다. 
여느 날과 같이 구름 한 점 없는 뜨거운 날이었기에 아침 일찍 가기로 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푸쉬카르가 한눈에 들어와 일출이나 일몰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갔을 땐 사람들이 많지 않아 무섭기도 했고... 한 번 올라가 보니 다시 올라갈 마음이 안 생겨서 일출과 일몰을 포기했다 ㅋㅋ
길을 제대로 간 건지 모르겠는데... 뭔가 뱅뱅 도는 느낌도 있었고 아무튼, 등산으로 단련된 우리 남매도 힘들었다. 뜨거운 태양이 한몫한 것 같다.


가는 길에 다리를 건너는데, 신발을 벗고 가라고 한다. 발이 어찌나 뜨겁던지.


중간쯤 올랐는데... 해는 뜨겁고 물은 떨어져가고... 사람은 없고...
어디선가 원숭이가 자꾸 튀어나오고 ...

뭔가 높이, 멀리 왔는데 사원은 안 보이고 ...ㅠㅠ
내려갈까..?ㅠㅠ



조금 더 가니 저 위에 보인다!!
보이는데 ... 보이기는 하는데... 너무 멀다 ...
이때 물이 떨어졌던 것 같다. 

사원에 도착하니 다행히 바로 옆에 물을 판다. 일단 물부터 사서 목을 축이고 사원을 둘러봤다.
이게... 사원인지... 관리를 하긴 하는 건지...
올라오는 게 힘들어서 사람들이 잘 안 오는 건지, 비수기라 그런 건지 휑했다.
옆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나중에 다시 가보고 싶다. 그 케이블카가 여기와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게 관리하기가 더 편한 방법이라면, 더 많은 관광객이 쉽게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 어쩔 수는 없지만 참 안타깝다.
보존과 편리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여러 사람의 장단에 맞추는 게 물론 쉽지는 않겠지.


어쩄든 위에서 본 푸쉬카르는 예쁘다.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올라올 땐 사진 동쪽 편에서 올라오고 내려갈 땐 서쪽으로 내려갔다. 가다 보니 사막투어하는 곳도 있었다. 근처가 사막이라 그런가 보다. 어디로 내려가도 마을이 워낙 작아서 금방 간다.



시장에서 동생이 작은 손가방을 사려고 구경하는데, 가게 아저씨가 터번을 씌워주신다 ㅎㅎ
잘 어울리는데..?



호수든 강이든 물로 내려가는 곳을 가트라고 하는데, 호수 도시인 푸쉬카르에도 가트가 여러 개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근처 가트에서 멍 때리며 앉아있는다. 
조용히 앉아서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정말 조용하다. 차소리로 안 들리고 오토바이 소리도 거의 안 들리고 사람도 많이 없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오래 머물며 생각 정리하기도 좋겠다.

우린 너무 뜨거워서 
"아, 이게 호수군."
구경만 했다.
사실 호수를 보기 위해 루프탑 레스토랑을 즐겨 찾았다.

인도에선 줄 서있는 걸 좋아하나?
소도 줄 서있으니 예쁘다. ㅎㅎ


푸쉬카르는 유난히 정전이 잦았다. 
도시가 작아서 더 그랬나 보다. 저녁에 자려는데 정전이 돼서 둘이 이러고 놀았다 ㅋㅋㅋ


푸쉬카르는 우리가 방문한 도시 중 가장 작았다. 그래서 사실 건너뛸까 고민했던 곳이기도 하다.
여행을 마친 지금, 유난히 정이 많이 가고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바로 푸쉬카르다.
계획에 없던 일도 하고,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며칠 묵지도 않으면서 숙소를 중간에 바꿨는데 그 덕에 더 풍요로워진 푸쉬카르에서의 시간.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푸쉬카르 사진을 보는데 많이 설렌다. 
심장이 두근거려 당장이라도 짐을 싸야 될 것 같게 만드는 곳.
인도 자체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정이 많이 간 도시 푸쉬카르.
캘커타가 인도를 만나게 해준 도시라면 푸쉬카르는 인도를 느끼게 해준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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