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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Aug 05. 2016

어쩌다보니 작가

글쓰기랑 친해지기

                                                                                                                                                                                                                                                                                                                                                      

나는 어릴 때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일기는 숙제여서 썼고, 책은 용돈 받으려고 읽었다. 엄마가 강조하신 것 중 하나가 책 읽기와 글쓰기였다. 일주일에 두 권씩 읽고 독후감을 쓰면 그 주의 용돈을 주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었다. 지금 와서야 하는 고백이지만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뭘 읽은 지도 모르고 독후감을 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엄마는 아셨을거다. 우리 엄만 귀신이니까. 그래도 엄마는 우리가 읽고 쓰는 걸 습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훈련을 시키신 것 같다.

조금씩 커가면서 독서의 맛을 알았고 나와 잘 맞는 책을 만나면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리기도 했었다.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도서관을 갔다. 집에 쌓이는 책이 너무 많아, 빌려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 많고 다양한 책을 부담 없이 읽게 되었다. 어릴 땐 의무감에 읽었지만 다 커서는 정말 힘들 때, 내가 스스로 찾게 된 게 책이었다. 책의 가치를, 독서의 힘을 알아버렸다. 다시 책을 사 읽기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다. 이제 책을 보는 안목이 생겼달까. 

글쓰기. 휴.
글쓰기는 정말 재밌는데 싫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고 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니 그걸 그대로 쓰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말하는 그대로 쓰다 보니 논리가 없었다. 문장도 지저분하고 앞뒤도 안 맞고...
내 글은 내가 봐도 가지런히 모아지는 느낌이 없었다. 왜냐? 퇴고를 안 해서.
쓰면 끝이었다.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는 그 순간 그대는 이미 나의 것이 아니오였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특이하게도 토플 공부하면서. 틀에 맞춰 쓰는 글쓰기를 하다 보니 어쨌든 논리가 생겼다.
너무 정형화되어 보여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논리였다. 
제대로 재미를 붙인 건 논문을 쓸 때였다. 
논리적 구성의 틀을 완벽하게 이해하니 내 주장으로 독자를 설득시킨다는 게 어떤 재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영어 말고 한글로. 진심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계속 썼다. 뭐든. 그러다 보니 쓰면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필사의 재미도 느꼈다. 
필사를 하다 보니 좋아하는 문체가 생겼다. 내 문체의 장단점도 보였다. 

어쨌든 요즘 느끼는 건,
나는 에세이 읽는 건 좋아하지만 그런 감성적인 글을 쓰려면 방에 무드 등 하나 놓아야 할 것 같다는 것.
내 성격엔 논설문이 잘 맞는 것 같다는 거...
학자의 길을 갔어야 하나.

어쩌다 보니 작가.
글을 자꾸 쓰다 보니 반복되는 버릇들이 있었다. 의식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좋지 않은 버릇들.
어쩌면 근본적인 원인을 몰라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습하고 스스로 훈련한다. 지금은 못 느껴도 곧 좋아질 거니까.
지금 내가 이만큼 주저리주저리 쓰는 거도 정말 많이 발전한 거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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