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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Aug 02. 2016

오늘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딸은 엄마가 필요해

2006년 1월

엄마와 처음 떨어져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갔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서럽게 울면서 잠들었던 나날들.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면 투정을 받아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어찌나 서글펐는지 모른다. 내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며 투정도 부리고 눈물도 흘리며 엄마에게 안기고 싶은데 나는 혼자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인정하기 싫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눈치 보며 전화기를 빌려 엄마와 통화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시차 때문에 한국의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고 엄마가 출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오래 하지도 못했다. 타이밍을 놓치면 주말까지 기다려야 했다. 통화할 기회가 생기면 한 시간 동안 수화기가 엄마 팔인 양 붙잡고 놓지를 못했다. 놓으면 기약 없는 다음 통화를 기다려야 하니까. 


학교가 너무너무 가기 싫었던 날, 엄마가 날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한나야 일어나, 학교 가야지"


깜짝 놀래 눈을 떴는데, 내 앞에 있는 건 엄마가 아닌 호스트 아줌마였다. 나는 분명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잔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1년에 한 번 정도 크게 앓는다. 감기몸살일 때도 있고 급체를 할 때도 있다. 위가 약해서 가끔 체하면 크게 아픈데, 하필 그게 그때였다. 엄마가 내 곂에 없는, 아니, 내가 엄마 옆에 있지 않았던 그때. 


너무 아파서 아프다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로 달려가 토하고 또 토했다. 나중에는 헛구역질을 하느라 숨을 쉬면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그렇게 혼자 싸우는 동안 내 옆엔 아무도 없었다. 날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의 손길이 너무나 간절했다. 아빠가 내 손을 한 번만 따주면 다 내려갈 것 같았다. 사경을 헤매면서도 꿈속에선 엄마를 외치고 있었다.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너무너무 멀어서 당장 달려갈 마음조차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운명이고 팔자인가 보다. 

그 후로도 자주 떨어졌다. 이젠 같이 사나 하면 또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이젠 어쩌면...

또다시 한 지붕 아래 살 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젠 어쩌면, 영영 나는 우리 집의 손님일 수도 있다.

엄마 밥은 늘 먹는 당연한 게 아닌, 가끔 먹는 특식이자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저녁에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 드시는 아빠에게 튀긴 거 자꾸 드시면 안 된다고 타박하는 것도 어쩌면 다시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 네 식구가 모여서 저녁 먹는 것도 이젠 일상이 아닌 모임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래도 정말 감사한 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엄마를 볼 수 있다는 것.

우리 사이에 시차가 없다는 것.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보러 갈 수 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보러 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어쨌든 볼 수 있다는 것.


그거면 된다.

난,

엄마 곁에 가까이 살아야겠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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