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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Sep 10. 2016

이름없는 맛집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얼마 전 내가 여행한 곳을 스케치해보고 싶어서 사진첩을 열심히 뒤적거렸다. 
여행을 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라 몇 년간 쌓인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뒤적거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맞다, 나 여기도 갔었지!'

잠시 잊고 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그때의 느낌, 감정, 생각들이 함께 떠오른다. 
호스텔에서 어수선했던 그 순간, 삐걱거리는 2층 침대에서 조용조용 내려와 철제 락커를 조심히 열고 닫는 동작,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씻으러 가는 그 발걸음까지도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음식의 맛은 더더욱이 잊히지 않는다.
스페인 유학시절, 한국식으로 구운 고기가 먹고 싶었다. 친구와 포르투갈에 놀러를 갔는데, 리스본에 돌판에 스테이크가 나오는 곳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한국식 고기구이가 그리우면 거기를 가보라는 누군가의 추천에 우리는 저녁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그 가게를 찾는 것이었다. 간판이 없다. 가게의 이름이 없다. 이름 없는 가게를 찾아야 한다. 그것도 외국에서.
물어볼 수도 없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 근처에 유명한 돌판구이 집 어딘 줄 아세요?"

라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블로그에 설명되어있는 걸 보면서 나의 방향감각을 믿고 따라갔다. 
우리는 근처에서 고기 냄새를 맡았고 냄새에 끌려 들어간 골목에서 정확히 그 집을 찾았다. 

인도에서 현지인들 사이에 유명한 카레집이 있다길래 찾아가 보기로 했다. 
뭐가 특별한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현지인 맛 집이라 따로 이름도 간판도 없는 식당이었다. 
인도는 말도 안 통해서 아무리 물어물어도 자꾸 엉뚱한 곳만 알려줬다. 근처를 다섯 바퀴나 뱅뱅 돌면서도 왠지 모르게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결국 우리는 30분을 헤맨 끝에 찾아냈다. 기대한 만큼 감동의 맛은 아니었지만 현지인들의 식문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손으로 먹기를 시도하긴 했지만, 결국 우리는 티스푼이라도 달라고 해서 수저로 먹었다. 다른게 아니라 익숙하지가 않으니 이렇게 먹다간 점심을 해가 저물 때까지 먹고 앉아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느낀 건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에게 '00을 파는 식당'이라고 보여주기 위해 걸어 놓은 간판이 없어도 사람들은 그곳을 찾았다. 우리는 헤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그곳을 갔다. 
사람들이 궁금한 건 이름이 아니라 그 식당 음식의 맛이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아닌, 무엇을 제공하느냐였다. 
그곳에서 제공되는 특별한 맛이었다.
그곳만의 특별함을 경험해보기 위해서 간판도 없고 이름조차도 없는 그 식당 앞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건 이름이 아니다. 그들을 행복하게 해 줄 그곳만의 특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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