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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는 푸른색

by 영다정

갑자기 무슨 피 얘기냐고? 먼저 밝히자면 나는 JYP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를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JYP의 푸른 로고, 그것이 나를 가슴뛰게 한다.


시대적으로 운이 좋게도 90년대생인 나는 케이팝의 역사를 1세대부터 어릴 때지만 경험해 왔고 황금기라고 불리는 2, 3세대를 거쳐 현재는 4세대, 5세대의 아이돌과도 동시대에 살고 있다. 케이팝을 좋아하는 나에게 참 잘된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 주변엔 ‘핑크블러드’가 꽤 많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전반을 좋아하는 경우를 SM 로고 색상에서 유래해서 핑크블러드라고 하는데, 보통 한 그룹을 좋아하면 선후배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홍보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내리사랑 개념으로 소속사 아티스트를 다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샤이니를 좋아하면 엑소도 좋아하고, NCT도 좋아하게 되고 뭐 그런 식이다. 유독 SM이 이게 강하더라. 그 핑크블러드 친구들의 영향과 케이팝 황금기를 거치며 나도 SM 아티스트의 타이틀곡은 웬만큼 아는 정도였으니. 여차하면 나도 핑크블러드가 될 수도 있을 만큼 내 주변 사람들의 '핑크' 영향력은 꽤 컸다.


심지어 내 대학시절 룸메이트는 그 드물다는 샤이니 팬클럽 ‘샤이니월드(샤월)’ 1기다. 지금 찾아보니 2009년에 1기를 모집하고 그 뒤로 모집을 하지 않다가 2019년에서야 다음 기수를 모집했으니 샤이니월드 1기라면 엄청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하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아침마다 기상송으로 샤이니 ‘Dream Girl’ 앨범을 수록곡까지 모두 질리도록 들었다. (사실 그 친구가 알람에 너무 못 일어나서 정말 질렸었다.) 이 친구 역시 핑크블러드였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이 친구를 포함해서 많은 친구 덕에 노래방에서도 SM 아티스트의 노래를 많이 듣고 불렀던 것 같다. 나도 자연스럽게 SM 창법을 많이 따라하기도 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는 내 가슴을 울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유행가니까 많이 듣게 되어서 노래를 알게 되는 것일 뿐, 직접 찾아듣는 의지는 없었고.


그런 의미에서 당시의 나는 케이팝 시대를 지나온 90년대생 중 1명에 불과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 진짜 케이팝을 능동적이고 본격적으로 찾아서 듣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 정도부터였다. 보통의 케이팝 오타쿠들은 학창시절 이미 어떤 아티스트를 좋아해서 그때부터 한 그룹을 쭉 좋아하든, 어떠한 계기로 입덕-휴덕-입덕이 이어지든 연대기가 형성된 경우가 많다. 많이 들어봐야 취향도 생기는 법인데 그 전까지는 노래를 다운로드 해서 그 몇 곡 위주로 듣곤 해서 아무래도 아는 노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식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멜론을 보니 데뷔일에 데뷔곡도 들어봤더라. 그렇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는지 ‘팬 맺기’는 안 했고 처음 꽂힌 건 ‘DAYDREAM’앨범이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놓아 놓아 놓아’라는 노래의 후렴에 성진과 원필이 연이어 나왔을 때 노래를 너무 잘 부르는, 서로 정반대로 진한 보컬과 미성의 보컬이 이어진 부분이 충격적으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데이식스로 시작해서 그 후로 JYP 다른 아티스트들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나는 마이데이, 스테이, 빌런즈를 겸하고 있다. 각각 데이식스, 스트레이 키즈,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팬클럽 이름이다(다른 글에서 어떻게 이들의 팬이 되었는지도 얘기해 보겠다). 이런 나의 성향을 되돌아보며 생각해보니 나는 돌이켜 보면 갓세븐도 앨범 나올 때 챙겨 들을 만큼 좋아했더라. god, 2PM, 2AM,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 있지, 엔믹스의 음악도 어쩐지 찾아듣곤 했더라. 박진영 노래 마저도 많이 알고 있다(이 부분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드라마 ‘드림하이’도 많이 좋아했다(드림하이는 정말 JYP의 소울이 담긴 OST로 가득하고 JYP 아티스트가 대거 등장한다). 맞다. 내 피는 정말 푸른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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