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생일이 다가오면 팬덤에서도 소소한 축제 분위기가 생기곤 한다. X(구 트위터)에는 정각이 되면 소속사 또는 팬덤 중에 일부가 생일을 기념해서 해시태그(#)와 함께 '빛나는_OOO의_생일을_축하해' 이런 식으로 그 아티스트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표 메시지를 게시한다. 그 게시글을 인용해서 친한 친구와 스타 그 사이의 느낌으로 생일을 축하하는 다정한 메시지를 적기도 한다. 얼마나 빛나는 존재이며 얼마나 사랑하는지, 좋아하는 마음과 잘 활동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마음들. 어떤 분들은 많은 사람이 함께 축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하철역이나 쇼핑몰 광고판에 광고를 게시하기도 한다. 전에 알아본 바로 보통 그런 광고는 광고비가 한 달에 300~500만 원 정도 하더라. 광고는 꽤 효과가 있는 것 같은 게, 나도 지나가다 누구 생일이라고 예쁜 사진이랑 같이 있으면 마음 속으로 축하한다고 하게 된다.
이렇게 좋은 날을 기념하여 팬들이 자발적으로 카페나 식당을 대관하여 생일을 축하하는 생일카페(생카)로 통칭되는 이벤트들이 열리곤 한다. 생카를 개최하는 팬들은 대부분 팬덤 내에서도 X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직접 찍은 멋진 사진들을 보유한 홈마들인 경우가 많다. 놀라운 건 대표 이미지를 비롯해서 굿즈들을 직접 디자인을 하시는 것 같은데, 대부분 색감이나 구성이 고퀄리티라서 능력자들은 다 이 판에 있는 걸까 싶은 감탄을 하게 된다. 금손 팬분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하기도 하고 멋지게 편집한 포스터와 이미지로 공간을 꾸며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선착순이나 뽑기로 작은 굿즈를 받을 수 있기도 해서 꽤 알찬 이벤트다. 거기다 가수의 생카인 경우 카페에서 종일 그 가수의 노래가 나오니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
그 중에서 기억나는 예뻤던 생카는 데이식스 원필의 생카다. 원필이처럼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을 잘 살린 보라색 옷을 입을 원필이의 사진을 메인으로 해서 따스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팬들의 성격은 최애와 닮아 있다는 말이 실감 나도록, 입장할 때 주문하는 특전에는 메인 이미지가 포함된 컵홀더와 아기 때 원필 사진이 있는 연력과 마카롱이 있었고, 영수증에는 그 생카를 특정하는 해시태그와 함께 원필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귀여운 느낌의 셀카와 화보 사진을 활용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공간이라 주최자 분이 원필이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을 느낌과 동시에 그 마음이 전해지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한 번은 머글인(덕후가 아닌) 남자 사람 친구를 영케이 생카에 데려간 적이 있다. 다른 친구까지 셋이서 합정에서 보기로 했는데 시간이 살짝 떠서 둘이 어디 카페나 가서 기다릴까 하다가 문득, 정말 혹시나 친구가 괜찮다고 하면 생카를 같이 가자고 할까 하고 생각했다. 사실 혼자 먼저 오게 되면 들르려고 했는데 동선과 시간상 못 가게 되어서 아쉬워하던 차였다.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고민을 하긴 했다. 나를 이해 못할까봐 고민했던 건 아니고 (왜냐면 그는 주변의 여성들을 통해 아이돌 팬을 접해봤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 다만 나에게는 재밌는 데이식스 영케이 관련 콘텐츠가 그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다행히 그는 생카든 뭐든 상관없다는 반응이라 생카에 데려갔다. 음료 두 잔과 함께 특전으로 받은 예쁜 사진들도 자랑하고 걔가 폰을 보는 동안 나는 꾸며진 공간에서 늘 폰 케이스에 넣어 다니는 포카로 사진을 찍고 놀았다.
그런데, 그 후로 그 친구가 거기 갔던 얘기를 열 번쯤 얘기할 줄은 몰랐다. 나도 그랬지만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너무 행복해 보였다고, 즐기는 게 너무 좋아 보여서 자신도 그런 취미를 갖고 싶다고. 내가 정말 그렇게 보였나 싶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좋아하면 사실 당연한 건데. 생카는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라 모두 행복할 수밖에. 이 말 덕분에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