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티켓팅보다 어려운 티켓팅이 있다?
정확히는 쉬우면서 어려운 티켓팅인데, 그건 바로 공개방송(공방) 방청 신청이다. 앨범이 나오면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데, 팬클럽 회원들 만을 대상으로 사전에 방청 신청을 받는다. 팬클럽 회원이면 별도 비용 없이 신청하는 이벤트인데 당첨되기만 하면 가까이서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쉬우면서 어렵다고 한 이유는 인기가 어느 정도 있는 아티스트의 경우 선착순이면 신청을 정확히 딱 그 신청이 열리는 시간에 해야 겨우 순위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팬 활동을 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최근에 생긴 방식인 전용 앱을 사용한다. 전에는 선착순 댓글로 신청했다고 하더라.
방청 신청은 예고 없이 올라오고 신청 시간도, 방청 시간도 매번 다르고, 여기서 나의 모든 괴로움이 시작된다. 바쁜 와중에 신청 공지가 뜨는지 틈날 때마다 확인해야 하고, 신청도 딱 시간에 맞춰야 한다. 당첨이 될지 안 될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시간을 미리 빼기도 어렵다. 진짜 찐찐 팬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당첨도 잘 되시고 스케줄을 잘 조정하시고 체력 관리를 잘 하시는지 그래서 정말 존경한다. 그리고 워낙 인원이 100~300명 이렇게 적은 인원이다 보니 당첨되는 게 진짜 어렵다. 그래서 ‘00:00:01’초도 안되고, ’00:00:00’초, 그 아래 단위까지는 안 나타나지만 ’00:00:00:0n’초여야만, 혹은 ’00:00:00:00:nn’초일지도 모른다.
제일 많이 본 시간이 저녁 8시에 신청이라고 치면
20:00:00:05
20:00:00:02
20:00:00:01
인데, 이거 전부 미당첨이다.
팬들은 하도 많이 미당첨 되니까 ‘당첨이에요~ (Me)당첨이에요~’라거나 ‘명단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제 이름이 없어요’라며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내가 진짜 가고 싶던 방청은 전에 ‘쇼 음악중심’에서 스키즈 리노가 MC였을 때 MC 응원 방청 신청이었다. 후기를 보면, 응원가면 리노가 반응도 진짜 잘해주고 핫한 맛집의 디저트로 역조공도 잘해줬다는데 그럼 뭐 하나. 10명 뽑는데, 어떻게 가나. 여러 번 나도 도전해 봤지만 '0002'초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미’당첨을 거친 어느 날, 드디어 처음으로 ‘당첨’이라는 글자를 봤다. 엑디즈의 ‘Livelock’ 앨범 활동 때였는데, 앨범 나오기 전에 선공개의 성격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마침 공휴일이고 500명 신청이면 승산이 있겠다 싶어서 신청했는데 성공이었다. 심지어 팬 클럽 인증 방법도 몰라서 3순위로 신청했는데 당첨!
처음 당첨된 거라 많이 긴장돼서 혹시라도 3순위라 잘릴까봐 걱정도 하면서 찾아갔던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 공방 준비물인 앨범과 음원 다운로드 증빙, 응원봉, 그리고 팬클럽 회원 증빙과 신분증을 몇 번이나 체크하면서 출석체크를 기다렸다. 다행히 통과. 통과하면 인증 받았다는 스티커를 받는다. 대기하면서 길 바닥에서 그늘을 찾아서 방황하다가 앉을 곳을 찾아서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렸다.
입장 시간이 가까워지니 스포 방지를 위해 토익 시험 외에 처음으로 폰을 걷어가서 신기했다. 입장하는 데만도 500명이 입장하느라 한참 걸렸다. 폰 제출하고, 줄 서서 기다리고, 다시 바닥에 앉아서 기다리고, 앞 순서가 일부 입장하면 또 대기 줄 전진하고.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이런 기다림을 활동 때마다 모든 공방을 가는 분들은 정말 어떻게 견디시는 걸까. 찐사랑이라고 매번 생각하지만 직접 기다려보면 그 사랑의 깊이를 더 이해할 수 있다.
입장해서는 생각보다 너무 모든 게 빨리 지나가서 아쉬울 정도였다. 입장 순서가 앞쪽이라 빨리 입장한 분들은 펜스에서 멤버들과 하이파이브도 했지만 나는 뒤쪽이라 미공개 곡을 처음 공방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걸로 만족했다. ‘Break the Brake(BTB)’와 ‘Pluto’ 이렇게 두 곡을 불렀는데 의상에 더 어울리던 곡은 BTB였다. 그날 모두 가죽자켓과 레이서 자켓 같은 ‘섹시 락스타’ 느낌으로 의상을 입어서 곡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기억에 남는 곡은 Pluto였는데, 서정적이고 후렴과 브릿지에서 은은하게 폭발하는 것을 처음 라이브로 봤던 게 인상적이라 지금도 좋아하는 곡이다.
엑디즈 공방을 기점으로 그 후로 스키즈와 엑디즈 공방을 몇 번 더 참여했지만 내 일정과 안 맞거나 또 다시 맞게 되는 수많은 미당첨으로 공방 참여를 많이 못해본 건 아쉽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가까이서 교감할 기회가 줄어드는 입장에서 공방도 당첨이 정말 어려우니까.
그래도 또 앨범이 나오면 일단 스케줄이 맞으면 신청은 해볼 것이다. ‘미’당첨 아니고 ‘당첨’이 되는 행운은 적어도 기대해 볼 수는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