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데이식스의 오프라인 공연, 2023년 12월, 즉 '23 클콘'에 완전체로 했던 첫 무대 첫 장면, 나는 이미 눈물이 흘렀다.
데이식스는 데뷔 초부터 노래는 좋아했고 열렬하게 좋아하게 된 것도 2020년 정도부터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꽤 오래 좋아했지만 소비를 하면서 팬 생활을 하는 진정한 덕후의 삶을 산 지는 얼마 안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오프라인 콘서트는 이때 처음 갔다. 정말 아쉬웠던 게, 나랑 친한 후배 중에 내가 데이식스를 영업해서 좋아하게 된 친구가 있는데, 18년도인가 그 친구가 콘서트를 가자고 했을 때 일정이 안 맞아서 못 갔는데 그게 정말 아쉽다. 그 때 그 공연도 너무 좋았을 걸 아니까.
특히 하필 본격적인 덕질이 시작되었을 때는 활동 중단 시기였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유닛으로 했던 온라인으로 콘서트 ‘Right Through Me’가 가장 처음 본 공연이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본 건 처음이라서 많이 기대했고, 음원과 영상으로 접하던 노래들을 무대로 보니까 이렇게 온라인으로라도 콘서트를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공연에서 멋진 의상과 평소 볼 수 없던 솔로 연주, 그리고 라이브로 좋은 퀄리티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기대했던 만큼의 공연이라 만족스러웠다(그래서 MD굿즈로 나온 티셔츠도 샀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라 연결된 느낌과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응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이런 게 콘서트의 재미구나 싶은 ‘어렴풋한’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데이식스에게는 군백기가 있었다. 23 클콘은 데이식스를 좋아하고부터 처음 보게 되는, 무려 군백기 이후의 완전체 무대라 감회가 달랐다. 너무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첫 곡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떤 구성으로 세트 리스트를 짰을지, 멤버들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옷을 입었을지, 실제 라이브로 하는 무대는 어떨지 너무너무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심지어 당시에 선예매를 하지 못해서 표를 못 구하는 바람에 매일 티켓 예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들여다보고, 또 생각나면 들어가서 좌석도 한 번씩 눌러보곤 했다. 결국 내 손으로는 못 구했는데, 내 동생의 지인의 동생분이 원래 2장을 구하셔서 동생의 몫이었던 표를, 금요일 반차내기에 실패한 직장인 동생이 못 오는 바람에 내가 받게 되어서 기적적으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초반부터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작 전에 데이식스 노래들이 나오는데 ‘오, 역시 떼창 좋아하는 팬덤이 있어서 그런가 공연에서 공식적으로 떼창 판을 깔아주는건가’ 싶어서 열심히 따라 부르고 있던 와중에, 음악 소리가 사라지고 암전이 되었다. 이 때만큼 긴장되는 순간도 없겠다 싶은 모두가 숨 죽인 고요함 속에서 스크린이 켜지고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에서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두 손이 서서히 맞닿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암전. 잠시 후 들렸던 성진의 목소리를 아직 잊지 못한다.
“오랜만이야”
군백기 이후 완전체, 그리고 내가 직접 본 데이식스의 첫 공연. 그 첫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반드시 웃는다’였다. 진짜 오랜만에 다시 만난 데이식스와 마이데이. 많이 보고 싶었고 완전체 활동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난 후라 설레는 마음만 있던 것은 아니었던 그때. 그 소절을 듣고 당연하게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를 예전의 다정한 감정으로 만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총 3일 간의 23클콘의 세 번째 날 성진이는 소감 얘기할 때, 솔직히 힘들었던 마음을 시인하며, 숨이 잘 안 쉬어졌었고, 노래가 잘 안 나와서 실제 무대에서도 노래를 못할까봐 걱정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내가 갔던 첫날 소감에서도 원필이가 얘기하길, 성진이가 목이 아파서 노래가 안돼서 안 가던 병원까지 다닌다고 얘기했는데, 어쩌면 이 아팠던 게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날까지도 노래를 못하게 되면 틀어야 할 수도 있으니 노래를 녹음도 해 두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첫 공연에서 관객석에 있는 마이데이를 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너희가 산소호흡기”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 소감을 듣고 든 생각은,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성진이가 ‘오랜만이야’를 말하기 전까지 나도 솔직히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걸 듣는 순간 완전체로 다시 나아가는 새로운 시작에 걱정은 없고 우리가 서로 다시 만날 것임을 믿어 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앞으로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성진이가 ‘할 수 있겠다’고 들었던 생각은 그 때까지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다해 보내던 응원이 닿아서 들었던 생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