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솔로 앨범의 수록곡 ‘Wednesday Night’은 성진이가 팬미팅에서 처음 불렀던 곡이다. 라디오 했을 당시 있었던 일들이나 대화를 토대로 한 곡이라고 한다.
매일 밤 12시에 하는 KBS FM 라디오 프로그램 ‘스테이션 제트’는 요일별로 DJ가 달라지는데, 2022년 1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8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에는 ‘성진의 D-Day’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코너에서 DJ 성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그쯤에는 코로나 격리가 줄어들어서 라디오 생방송 중에 창을 통해 스튜디오 내부를 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해서 나도 종종 생방송을 보러 가곤 했다. 라디오 방송 시작하자마자 간 건 아니고, 트위터에서 사람들이 방청 갔다 와서 영상이랑 사진 올릴 때 나도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100번쯤 하고 실제로 갔던 것 같다. 일단 해야겠다고 결심하니 바로 실천에 옮기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생방송 방청 자체를 처음 하는 거라 인터넷에서 오픈스튜디오 방청 어떻게 가는지, 언제 가면 되는지 찾아보고 퇴근하고 나서 곧장 여의도 KBS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처음 본 날은 2023년 3월 15일! 실제로 처음 본다는 생각에 두근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데이식스가 아직은 어마어마한 인기가 있던 건 아니었고 아직 조금 추울 때라 그런지 퇴근하고 그냥 갔는데 사이드지만 맨 앞줄에서 성진이를 처음 봤다. 자리는 맡아 놓고, 딱 봐도 마이데이로 보이는 분들이 방송 직전에 어디로 가길래 따라가서 출근길도 봤다. 마스크로 가렸는데도 귀여웠던 후드 입은 곰돌이. 처음 보고 나는 진한 인상은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도 실물이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리스너에서 벗어난 때가 데이식스가 앨범은 내고 활동은 하지 않던 때였고, 마이데이 3기 가입도 하지 않았어서, 3기만 참여할 수 있었던 성진이 전역날 있었던 밋앤그릿 행사도 신청 못 했던지라 마침내 보게 되었다는 게 감격스럽고 벅차고 꿈같았다. 진지하게 서울말로 방송하는 중간중간 밖에 있는 팬들한테 추운지 물어보면서 소통하고, 손 흔들면서 다정하게 인사해 주고, 맨 앞 좋은 카메라 든 팬분들이 포즈 요청하는 것들(손하트, 꽃받침, 곰돌이 귀)도 해 줬다. 오늘의 OOTD도 열심히 소개했다. 이 날 성진이는 편안해 보이는 남친룩으로 후드티와 청바지, 외투는 블루종 스타일의 롱자켓을 입었다.
광고 타임에는 매번 데이식스 노래 한 소절을 무반주로 부른 다음 광고 듣고 오겠다고 하는데 이 날 부른 노래는 그 전날이 화이트 데이였다면서 ‘Chocolate’이었다. 이 노래는 부르는 영상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필 오프닝 곡으로는 내 눈물버튼 곡인 ‘You make me’가 나와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성진이를 이렇게 실제로 보는구나 싶었다. 끝난 다음에는 진짜 구석구석 다 눈 마주치면서 일부러 웃긴 표정도 지으면서 손가락 다 붙인 시그니처 손 포즈로 흔들며 인사해주고 가서 너무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꿈에도 로맨틱하게 등장해 버리는 바람에 반해버렸다.
그날 그렇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가까이에서 보는 게 이렇게 좋은 거라는 것을 느낀 이후로는 성진이를 좀더 자주 보러 갔다. 출근길에 자리 맡아두고 저녁에 보러 가고, 볼 때마다 에너지 충전해 오고. 방송 중에 문자 보내서 내 사연이 읽히기도 하고(심지어 2번이나 당첨됐다!) 라디오로 청취하는 분들이나 옆 자리에 서 있던 다른 분들의 리액션도 실시간으로 보면서 공감하는 재미도 있었다. 이런 추억을 쌓으면서 팬심을 키워갔던 것 같다.
8개월 동안 라디오를 하고 어느덧 마지막이 가까워지던 그 즈음 영케이가 전역하고 돌아와서 입대 전에 진행하던 바로 전 타임 프로그램 ‘키스 더 라디오’를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그 때는 아직 하차 소식 전이었던 때였는데 생생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영케이가 방송을 하고 난 후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안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구석에 서 있던 나는 잠깐 ‘뭐지?’ 싶었고, 잘 보이는 곳에 있던 다른 분들이 감동하는 반응이라서 혹시 성진이를 기다리나 하고 기대하던 찰나, 역시나 곧 성진이가 들어왔다. 성진이가 들어오고 서로 인사하는데 뭔가 든든하더라. 영케이가 군대에 있는 동안은 성진이가 라디오 방송을 하며 지키고 있었고, 또 이제 영케이가 돌아와서 라디오 방송을 다시 하면서 활동해 주고. 이 팀은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팬으로서 너무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 함께하고 싶었다.
성진이의 라디오 마지막 날까지 청취와 방청으로 함께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일상에 심어진 작은 이벤트는 소소하지만 작은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일주일의 중간이라 특별할 것 없는 수요일이 기다려졌던 고마운 시간. ‘Wednesday Night’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