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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사탕을 건네며

by 영다정

"혹시,... 사탕 드실래요?"


콘서트에서 아티스트를 만나기 전 긴장되는 순간. 옆 자리 좌석 팬과 첫 마디를 걸기 전이다.

내 아티스트가 인기가 많아져서 친구와 옆 자리에 앉을 수 없을 때가 많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세 팀 중 둘은 같이 덕질하는 친구가 없다. 근데 콘서트에서 노는 법을 이제 잘 알아 버려서 가만히 앉아서 공연을 보기만 하는 콘서트는 어쩐지 심심하게 느껴진다. 팬덤 분위기도 떼창과 응원법 구간은 열심히 호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고.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게 옆 자리다. 옆 자리 분의 성향에 따라 내 콘서트의 재미가 커지거나 줄어든다. 호응을 나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영상만 찍는 사람일 수도 있고, 조용히 즐기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어서 옆자리 운은 내 기준에서 랜덤이다. 참고로 나는 호응을 열심히 하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구간이나 현장감을 남기고 싶을 때 잠시 영상을 찍는 편이다.


그 옆자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말을 걸어봐야겠지. 아주 작지만 말을 걸기 위해 그리고 부드러운 친밀함을 건네기 위해 내가 시도하는 가장 무난한 접근 방법은 민트사탕을 건네는 것이다. 나도 다른 분께 받아보니 받는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더라. 민트 사탕을 건네며 사탕을 권하면 상대방 분과 잠시 말을 트게 되는데 가장 많이 서로 물어보게 되는 베스트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최애가 누구에요?

2. 입덕은 언제 하셨어요?

3. 저번 콘서트에도 오셨나요?

4. 어제 나온 그 콘텐츠 보셨나요?

5. 주로 응원법이나 떼창 크게 하시는 편인가요?


1번 질문은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팀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물어볼 수 있는데, 물어보다가 같은 최애가 나오면 이제 더 말하기가 편해진다. 그 멤버가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매일 하는 생각이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편한 대화이기 때문이다. 2번 질문은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모두 인기가 지금만큼 많지 않던 오래 전부터 내가 팬이다 보니 입덕 시기를 말하면 누구든 반갑게 맞아줄 수 있다. 3번 질문은 생각보다 최근 입덕한 분들도 많아서 콘서트는 처음인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때 나는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하며 같이 신나게 즐겨보자는 의지를 다져본다. 4번을 얘기하면서는 웃긴 포인트들을 얘기하다가 아주 잠시지만 찐친 모드가 되곤 한다. 그리고 5번은 결정적으로 내가 이번 콘서트를 잘 즐길 수 있을까를 마음 속으로 판별해 볼 수 있는 척도로 묻곤 하는데, 나와 딱 비슷한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은 비슷하셨다.


콘서트에서 만나는 아주 잠깐 몇 시간의 인연이지만 같은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는 면에서는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전에 엑디즈 공연에서 멤버 주연이가 공연에서 만나서 팬들끼리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 실제로 그 얘기를 했던 날, 옆자리였던 분은 콘서트에 처음 오신 분이라 내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응원법과 떼창과 함께 나란히 헤드뱅잉도 하며 공연을 즐겼는데, 다음 콘서트 때 공연장 앞에서 딱 마주쳐서 너무 반가운 우연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 또한 콘서트의 재미가 되어 버린 나는 지금은 너무 공연시간에 급하게 갈 때가 아니라면 뭐라도 작게 챙겨보곤 한다.

작지만 수줍게 다가가면, 공연이 더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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