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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백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방법

by 영다정

늦게 시작한 덕질이라 아직 군대를 기다려 본 유일한 아티스트는 데이식스다. 처음 성진이 입대했을 때였던 군백기 시작은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그때는 1명이라 아직 다른 멤버들이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 유닛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어차피 코로나 영향이 아직 있는 데다, 그룹이 활동 중단이라 무대를 못 본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직 간절함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성진이 군대를 갈 때 다소 충격적이긴 했다. 그렇게 입대하는 날 당일에 갑자기 라이브로 알려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어디 잠깐 여행 가는 거냐고!


정말 이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지만 어쨌든 가야 한다면 다른 멤버들도 얼른 다녀왔으면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최애 영케이의 군 입대가 결정되고 나니 조금씩 부재가 더 실감이 났다. 영케이는 군대 가기 전 라디오 디제이를 했는데, 매일 듣다 보니 습관처럼 되어버린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 콘텐츠가 일상에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허전함 가득이었다. 입대 직전에 솔로 앨범도 발매했는데 그것마저도 이렇게 멋진 락스타 느낌 가득한 앨범을 발매하고 군대로 가 버리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몇 달 후에 도운이와 원필이도 입대를 하고 나니 이제 정말 모두 없다는 생각에 제대가 더욱 멀게 느껴졌다.


대학 동기들이 군대를 갔을 때는 수도권에 부대가 있으면 면회라도 갔지만 (돌아보니 나는 꽤 다정한 동기였던 것 같다) 군대에 간 내 락밴드 아티스트는 면회를 갈 수 없으니 남아 있는 영상만이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었다. 사실 그전까지 자체 예능 콘텐츠 중에 열심히 보지 않은 영상도 있었는데, 이참에 예전 영상도 다시 보자는 마음 가짐으로 더 꼼꼼하게 봤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안 본 영상도 의외로 많아서 오히려 내가 모르던 에피소드들을 발견하는 계기도 되었다.


물론 내가 한번 본 영상을 여러 번 보지 않는 편이라 금방 고갈되었는데 그럴 만했던 이유가, 전에는 소속사에서도 영상을 많이 올리지 않았다. 이따금 비하인드 영상을 올리긴 했는데, 그것도 영상을 찍어도 편집할 인력이 부족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만큼 모든 활동에 대해 비하인드를 촬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설로 남은 '불후의 명곡 국군의 날 특집'이나 '백패커'처럼 가끔 군인 신분으로서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다행스럽게 오아시스처럼 찾아오기도 했을 때는 무척 반가웠다. 특히 국군의 날 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영상은 군 복무하는 이십 대의 청춘이 부르는 것이라 더욱 노래의 에너지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이 영상으로 데이식스의 곡들이 역주행을 하기도 했고. 그 외에는 이따금 팬 계정에서 편집해서 올리는 영상을 보며 재밌었던 추억의 순간들을 복습하며 공백을 채우곤 했다. 물론 내겐 아직 스키즈도 남아 있었고 엑디즈도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레슨 받으며 기타를 배우다가 또 마음 맞는 친구들을 구해서 밴드도 시작했다. 큰 공백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공백은 공백이니까.


몇 계절의 공백이 있었지만 나 또한 이직하면서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꽤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팬데믹을 지나며 산업군을 옮기고 진로를 변경했고 회사 분위기도 규모가 좀 더 큰 곳으로 이동했다 보니 적응하는 데에 쉽지 않았다. “거친 정글 속에 뛰어든 건 나*"였고, “머리와 심장이 텅 빈 Zombie**"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그럴 때 출퇴근 길에 듣는 음악으로 마음을 다시 시작된 야외 페스티벌 공연은 일상을 채우는 빛이었다.


그리고 빛으로 일상을 채우며 소소한 추억으로 일상을 즐기고 힘든 순간이 올 때 버티기도 하는 동안 시간이 지나고, 성진을 시작으로 다시 데이식스가 돌아왔다.



*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 ‘MIROH’의 가사

** 데이식스의 노래 ‘Zombie’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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