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면 또 데이식스 공연이 있어서 주변에서 이번에도 당연히 보러 가냐고 물어보더라. 아무래도 공연을 보러 가는 일정이 많고, 어떨 땐 2주 간격으로 공연이 있기도 했으니 당연히 티켓팅을 무척 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티켓팅 성공 비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티켓팅의 성공 비결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이게 무슨 비결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콘서트 티켓팅 할 때 주로 나는 용병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티켓팅을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내 지인 중에 티켓팅을 잘하는 사람은 모두 데이식스 팬이라 동시에 각자의 자리를 사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키즈와 엑디즈의 경우 내 주변에 팬이 없어서 조용히 덕질을 하는데, 현재까지는 혼자서도 무난한 자리를 잡아서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완전 앞쪽 줄 좋은 자리를 잡고자 한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는데, 그럴 땐 잘하는 사람에게 치킨을 사주고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는 게 맞다.
이제는 팬이 아닌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팬클럽 선예매의 개념은 정착된 지 오래되어서 선예매는 팬클럽 특권이 아니라 공연을 보고자 한다면 티켓팅을 위해서 필수로 팬클럽을 가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팬클럽 가입이 되어 있다면 좌석을 잡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에 고척스카이돔, 고양종합운동장, 상암월드컵경기장,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을 경험해 보니 공연장이 충분히 크다면 자리가 안 좋을 수는 있어도 내 자리가 없을까 봐 맘을 졸이는 게 덜하긴 하던데, 애초에 관객 수 데이터가 어느 정도 모아졌으면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 해달라, 제발!
기본적으로 티켓팅을 잘하려면 빠른 쟁취를 위해 원활한 네트워크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PC냐 모바일이냐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티켓 예매가 열리는 시간이 다가오면 보통 5분 전에 로그인을 다 해 둔 채로 서버 시계를 켜고 기다린다. 시간을 보다가 초 시계가 딱 정시가 되었을 때에 예매하기를 누르는데, 대개 몇 천 번 대로 접속해서, 접속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사실 운이 좋은 편이고 서버 과부하로 다시 접속하는 경우도 많다(티켓팅 사이트들아, 제발 서버와 네트워크 인프라에 돈을 투자하세요). 다시 접속하면? 다시 기다림 시작.
동시 접속이 되는 경우는 미리 다른 창을 켜두었으면 그대로 기다리면 되는데, 요즘엔 동시접속을 허용하지 않는 사이트도 많아서 처음부터 다시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확실히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불리하다. 동시 접속을 막는 이유는 매크로 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티켓을 구매해서 몇 배, 몇십 배의 가격으로 티켓을 되파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선량한 일반적인 티켓팅을 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겨루는 상대가 이런 인간들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그들을 어떻게 이기나. 몇 배, 몇십 배의 가격으로 티켓을 되파는 인간들은 언젠가 같은 방법으로 당해봤으면 좋겠다. 저주와 상관없이 이들을 앞지르고 이기는 방법이란 사실상 없다. 티켓을 결국 얻는 데에는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끝이 없는 기다림. 티켓팅은 이게 정말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접속이 늦어지면 번호가 뒤쪽 번호라서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고, 서버 때문에 튕기면 번호가 도루묵이 되기 때문에 짜증 나는 순간이 많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드디어 좌석을 잡는 과정이 되면 거기서 또 기다림이 시작된다. 내가 원하는 포도알(자리)을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한 경우 대안으로 생각한 다른 자리 혹은 어떤 자리든 그 비슷한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새로고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고침 끝에 원하는 구역과 열에 해당하는 자리가 뜨면 신속하게 결제까지 마무리해야 비로소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 와중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기다리면서 소요되는 이 시간에 내 인력이 낭비되고 있음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빠르게 원하는 자리의 티켓을 얻고 결제까지 마치는 것이지만 과정 중에 네트워크 불량, 접속 타이밍 지연으로 오류가 발생할 경우 선예매 종료 시간인 자정까지도 붙들게 된다는 흔한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만다.
다행인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도중에 포기를 한다는 점. 접속 순번이 뒷 번호일 때 이미 글렀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더 유리한 자리를 얻기 위해 먼저 차지했던 자리를 버리는 경우도 많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원하던 방향으로 자리가 열리기 마련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성공에 다가가는 것이다.
또한 주어진 기회는 한 번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하자. 선예매 당일 이것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아직 일반예매라는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있으며, 나중에라도 취소표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온다. 그 기회를 설령 잡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는 여유로운 마음가짐과 간절함을 동시에 지니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이 글을 보는 모든 이의 티켓팅이 성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