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문을 걸어 잠근 채 있는 자,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방 안에 있는 사람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오히려 더 문을 안 열어주려고 가구를 문 앞에 쌓아 올린다. 밖에 찾아오는 남자의 장면이 교차되는데 문을 두드리지만 다시 되돌아 가곤 한다. 방 안에 있는 남자와 찾아오는 남자는 둘 다 성진이다. ‘영원회귀’를 모티브로 반복된 인연에서 우린 결국 만나게 될 것임을 얘기하던 이 콘텐츠는 성진의 첫 솔로 앨범이자 정규1집, ‘30’의 시네마틱 필름의 내용이다.
많은 마이데이들이 성진이 전역한 후로 기다려온 솔로 앨범은 나에게 꽤 갑자기 다가왔다.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솔로 앨범은 다른 멤버들이 모두 전역을 하도록 나오지 않았고, 23클콘과 완전체 앨범이 두 번 나올 때까지도 나오지 않아, 도대체 언제, 어떤 앨범이 나올지 너무 궁금해했다. 성진이가 잘하는 발라드일까, 아무래도 보컬에 어울리는 락일까, 아님 정말 상상도 못한 장르일까 스포를 거의 안 하는 멤버다 보니 힌트도 없고. 분명 인스타 라이브로도 앨범 작업을 하고 있음을 얘기해 왔기 때문에 곧 나올 것 같았는데 안 나오니까 빨리 솔로 앨범을 듣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러다 24년 6월 데이식스 팬미팅에서 멤버별 솔로 무대를 하는데 성진이가 부른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다. ‘Wednesday Night’라는 곡이었는데, 청량하면서 가벼운 밴드 사운드의 곡이었고, 이제까지 다른 멤버들의 솔로곡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곡이라 네 명이 취향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한 번 더 실감하며 ‘정말 언제 나오는 것인가, 그의 솔로 앨범은?’ 이러면서 기다려온 앨범 ‘30’은 그 해 가을 갑자기 다가왔다.
‘30’ 앨범 라이브 샘플에서도 느꼈지만 데이식스 앨범과 다르게 좀더 성진이의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평소 그가 자주 하던 이야기, 그의 생각이 잘 담겨 있었다. 가장 좋았던 곡은 ‘나무는 결국 겨울을 견뎌낼 거야’다. 데뷔 몇 년 후부터 겪었던 숨을 쉬기도 어려울 만큼 힘들었던 몇 년 동안의 시간, 활동 중단, 그리고 숱한 고민들이 가득했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더 단단해진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고 그 성장한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진이의 엄청난 보컬! 그 노래 안의 에너지를 부드럽지만 강하게 이끄는 목소리와 힘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앞서 솔로 앨범을 냈던 원필과 영케이의 콘서트는 가지 못해서 성진이 나에게는 데이식스 멤버 중 솔로 콘서트를 처음 보는 멤버가 되었다. 성진의 앨범을 많이 기다렸던 사람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이번 공연은 꼭 봐야 한다고. 다행히 나는 2일차 공연으로 티켓팅에 성공했다.
공연 당일, 앞서 트위터에서 1일차에 멤버들이 다 같이 와서 한바탕 울고 갔다는 일화를 보고 난 후라 나도 여차하면 울어야겠다는 각오까지 하고 공연장에 갔다. 앨범 타이틀곡인 ‘Check Pattern’과 어울리게 옷도 체크패턴의 원피스를 입고 갔다. 장소가 차트 순위권 아티스트인데도 비교적 작은 공연장이라 더 큰 공연장에서 했어야 하는데 주제파악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원필과 영케이가 공연했던 장소라고 하니 납득이 가기도 했다. 첫 콘서트는 멤버들과 같은 공연장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공연을 보는 나는 역시나 초반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기다려 온 성진의 솔로 콘서트를 드디어 보게 된다는 감동이 우선 가장 컸던 것 같고, 그는 특히 발라드를 더 잘 부르는 편인데 잘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또 너무 잘해서 감탄을 계속 하면서 몰입해서 공연을 봤던 것 같다. 공연의 셋리는 그의 앨범 곡들과 커버 곡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팬/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는 선곡 의도가 담겨 있었고 그게 정확히 적중했다.
앞서 군백기 이후 완전체 콘서트에서 그가 그 동안 힘들었던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솔로 앨범도 그 당시에 준비하고 있었다는, 그런데 그 앨범을 위해 만들던 곡들에 담긴 메시지가 다정한 감사와 따뜻한 위로였다는 사실이 마음을 크게 울렸다. 마치 그가 부르는 노래처럼. 정말 이러면 또 성진이가 더 좋아지잖아….
데이식스, 특히 성진의 경우 팬들을 위한 마음을 전하려는 그의 시도와 노력들이 꾸준하게 느껴져서 그 마음이 다가오는 지점들을 마주할 때마다 팬으로서 늘 고맙다. 라디오 DJ도 했었고, 유튜브도 꾸준히 콘텐츠 올리고, 월드투어 중이었던 바쁜 스케줄 와중에 솔로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한 것도 팬들이 계속 원해서 했을 것 같은 게 너무 눈에 보여서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건 어떤 엄청난 계기가 아닐 수 있지만, 그 관심을 지속하는 데에는 팬과 아티스트 둘 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한 번 더 확인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