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박스에서 처음 만난 우리

2화: 나와 남편의 첫 만남

by Diana H

남편과 나의 첫 만남은 크로스핏 박스였다.


너무나 안정감 있게 생긴, 말 그대로 ‘확신의 유부남상’이라 나는 그를 유부남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다 보니 내 옆에서 와드(WOD, workout of the day)를 한 적이 몇 번 있었고, 그 정도로 얼굴만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뉴욕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맨해튼에서 하던 짧고 강도 높은 운동이 그리워졌다. 그래서 집에서 가깝고 자주 갈 수 있는 크로스핏 박스를 선택했다. 크로스핏은 아직 무리한 동작이 많아 붓캠(boot camp) 수업을 주로 들었는데, 운동을 워낙 좋아하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늘 “같이 운동하자”라고 권하는 편이었다.


어느 날은 친한 언니를 데리고 갔는데, 인사를 나누던 중 언니가 그 남자가 자기 형부의 대학 동기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그날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얼마 뒤, 언니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다.

“어떤 스타일 좋아해?”라는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날 인사했던 형부 대학 동기라는 분이요. 그런 느낌이면 좋겠어요!”

언니는 알겠다고 했고, 며칠 뒤 소개팅에 나오라고 했다.
아묻따 나갔는데—그 사람이 있었다.
유부남인 줄로만 알았던, 그 남자.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남편은 이미 오래전에 자기 친구에게 “와이프랑 같이 다니는 그 귀여운 분 소개 좀 해달라”라고 몇 번 말해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 친구가 워낙 남에게 소개팅을 주선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공통점도 명확했다. 운동.
그는 엄청나게 바쁜 사람이었지만, 우린 서로를 보기 위해 우리는 거의 매일 운동에서 만났다. 남편이 야근하는 날에는, 내가 도시락을 싸서 회사로 가져다주기도 했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다. 출장으로 떨어져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정말 매일 만났다.


서로를 보기 위해 운동하러 나가고, 운동을 핑계로 하루를 연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사랑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기보다는, 서로가 좋아하는 일을 일상 속에서 함께하며—때로는 그걸 핑계 삼아—열심히 연애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하는 고강도 운동을 좋아했던 우리답게, 연애도 짧고 굵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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